[기자수첩] 지나치게 친절했던 지프 코리아, 심각한 '개인 정보 유출'

  • 입력 2021.05.18 09:46
  • 수정 2021.08.15 08: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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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 부지인 블로거 전 아무개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보유한 자동차가 뭔지, 차량 번호를 알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요 언론사 포함, 웬만한 자동차 미디어 소속 기자와 프리랜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들 개인 정보도 알고 있다. 전 아무개와 다르지 않은 개인 정보가 빼곡하게 담긴 엑셀 파일이 손에 들어온 덕분이다.

지프 코리아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미디어와 오너를 초청, 브랜드가 가진 독특한 문화와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하는 '지프 캠프'를 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한 차례 무산됐지만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행사다. 강원도 양양 오토 캠핑장에서 열린 올해 캠프도 성황리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나고 이상한 얘기가 들렸다. 현장에서 있었던 소소한 잡음이야 늘 있는 것이지만 "지프 캠프 참가자 명단이 엑셀 파일로 나돌고 있다"라는 얘기다. 어렵지 않게 찾아본 엑셀 파일에는 지프 코리아가 캠프에 초청한 약 200여명의 참가자 개인정보가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엑셀 파일에는 지프 캠프 참가자 이름과 소속사,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심지어 차종과 차량 번호까지 친절하게 표시됐다. 별것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상세한 개인 정보가 캠프에 초청된 모든 사람에게 공유됐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초청자 명단에는 미디어뿐만 아니라 프리랜서와 일반 블로거, 인플루언서도 포함돼 있다. 엑셀 파일이 없어도 연락처며 어떤 차를 가졌는지 넘칠 정도로 서로를 알고 있는 관계가 있겠지만 이 중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있고 그런 개인 정보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배포됐다는 사실에 놀란 이도 있을 것이다.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프 코리아가 개인 정보를 담은 파일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한 것에 별다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프 코리아 관계자는 "많은 인원을 초대하면서 초청 당사자간 서로 편한 사람들로 그룹과 조를 편성하기 위해 명단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 법에서 정한 개인 정보는 성명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어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알아볼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지프 캠프 행사 초청자 명단이 200명 넘는 제삼자에게 공유된 것이 딱 여기에 해당한다.

이 명단에 포함돼 있고 누군가와 공유됐다고 해도 별것 아니라고 보는 이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자기 휴대전화와 차량 번호, 이메일 주소가 원하지 않는 수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것에 당혹해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휴대폰 번호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명단이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공유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자동차와 관련된 대부분 미디어 행사는 온라인 비대면이거나 만약 있다고 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방역에 철저한 것이 요즘이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정을 나누고 또 여러 세션과 그룹을 나눠 진행되는 일도 흔하다. 이런 초청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참석 여부를 묻고 이름과 소속사 이외에도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이런 정보가 또 다른 3자와 공유되는 일은 보통 수준으로 불쾌한 일이 아니다. 지프 코리아가 친절하게 보낸 엑셀 파일에는 200명 넘는 개인 정보가 담겨 있다. FCA 코리아는 "빠르게 수습 방안을 찾아 대처하겠다"라고 했지만 만약 이들 가운데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상황이 심각할 수 있다. 상대방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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