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반도체 칩 부족 장기화에 일단 만들어 놓는 '빌드 샤이' 전략

  • 입력 2021.05.07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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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 부족으로 전 세계 완성차 생산 차질과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인력 구조조정까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미국 지엠(GM)이 일단 공장을 돌리면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놓고 보자는 '빌드 샤이(build shy)' 전략에 나섰다.

지엠은 반도체 칩 부족으로 최소 8만대 이상 생산 차질이 발생, 비상이 걸려있다. 지엠은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등 인기 모델에 반도체 칩을 집중시켰지만 이마저 역부족에 처하자 일부 기능을 제거한 모델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비상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쉐보레 실버라도에서 가변형 실린더를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고갈되자 연료 관리 핵심 부품인 모듈 제어 시스템이 없는 모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평소 4기통으로 주행을 하고 험로나 언덕 등 특정 조건을 만나면 8기통으로 작동해 연료 효율성을 높여준다.

반도체 칩이 빠지면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약 6.25% 연비 악화가 불가피해졌지만 지엠은 차량 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이크로칩 부족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엠은 극단의 조처를 했다.

공장 가동을 기약 없이 멈추고 숙련된 직원들을 해고하기보다 반도체 칩을 빼고서라도 일단 완성차를 만들어 놓는 빌드 샤이 전략을 선택한 것. 지엠은 미국 전역과 멕시코에 있는 주요 공장 시설과 인근에 '반도체 칩이 빠진 완성차' 수만 대를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엠은 "반도체 칩 모듈은 비교적 간단한 공정으로 설치가 가능하다"라며 "수급 상황이 호전되고 필요한 양이 확보되면 빠르게 조립을 끝내고 출고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메리 바라 지엠 CEO는 앞서 "공급이 시급한 몇 개 모델이 현재 반도체 없이 생산되고 있으며 필요한 부품이 확보되면 즉시 조립 후 철저하고 엄격한 품질 테스트를 거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엠이 일부 반도체 칩이 빠진 자동차를 가조립 상태로 비치하며 생산을 이어가는 극단적 방법을 동원하며 버티고 있지만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지엠이 8만대 이상 생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포드 역시 반도체가 없는 2만2000여대 차량을 조립해 보관 중이며 폭스바겐도 10만대 이상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미국 상무부가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자국 완성차 업체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우선 공급해 줄 것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단기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크 리우(Mark Liu) TSMC CEO는 "6월 말 이후에나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과 공급 특성상 약 7~8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완전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해 자동차 제작사 애를 태우고 있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겪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아이오닉 5, EV6 등 순수 전기차 생산과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대고 있지만 내연기관과 다른 반도체를 사용하는 만큼 수급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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