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로 회귀한 미국산 독일차 '파사트'

  • 입력 2012.08.14 17: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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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부산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파사트는 현란하고 화려한 조명덕분에 꽤 진보적인 스타일로 잔상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서울광장동 워커힐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맞닥뜨린 신형 파사트는 좋은 잔상을 미련없이 사라지게 했다.

개성없는 라디에이터 그릴, 평범한 헤드램프, 직선에 가까운 측면 라인은 요즘 대개의 신형 차들이 강조하고 있는 역동성과 한참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그러나 "신형 파사트는 빼고 또 빼고 그래서 더 없이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수더분한 파사트의 스타일을 장점으로 설명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인테리어도 세련됨이나 모던함이나 스타일링과는 거리가 있다. 평범한 디자인은 두 세대 앞 서가는 신형 파사트를 놓고 구형 아반떼 혹은 쏘나타냐 인지를 놓고 동승자와 실랑이를 벌이며 혼돈을 했을 정도다.

폭스바겐이 신형 파사트의 경쟁모델로 지목한 대개의 모델들이 수퍼비젼 클러스터, 우드그레인과 메탈 소재를 적절하게 버무려 현대적 감성을 한 껏 살리고 있지만 아쉽게도 분명하고 또렷하게 감흥을 줄만한 매력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레버식 사이드 브레이크, 복잡한 사이드 미러 조절 버튼, 대시보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에어벤트, 상하 조절만 가능한 스티어링 휠, 벌써 보풀이 일기 시작한 시트의 재질까지 패밀리 세단의 기품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마치 90년대 국산 중형 세단처럼 투박하고 촌스럽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쉐보레 말리부 수준도 되지 않는다.

대신 실내 공간은 거북스러울 정도로 여유롭다. 조수석을 뒤로 넉넉하게 밀어도 뒷 좌석의 레그룸은 넓게 확보되고 전후, 그리고 측면의 시야도 만족스럽다. 주행성능도 디자인과 사양구성의 부족함을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디젤 특유의 묵직한 차체로 발휘되는 안정감은 무난했지만 가속력은 무딘 편이다.

중부고속도에서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아도 rpm은 좀처럼 레드존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패밀리 세단을 지향하고 있지만 50km이하, 그리고 100km 인근에서의 풍절음과 로드 노이즈는 거슬릴 정도로 커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이 됐다.

 

한편, 폭스바겐 관계자는 신형 파사트가 세계 각국의 시장 특성에 맞도록 각각의 특화된 특징을 가졌다고 설명했지만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폭스바겐이 국내에 디젤 승용의 새로운 시대를 열 때만 해도 희소성에 따른 관심을 받았지만 BMW, 메르세데스 벤츠는 물론 국내 완성차 업체까지 경쟁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4개월여 동안 2000대의 목표를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화려함과 고급스러움, 그리고 진보된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수입 중형 세단과 경쟁하고 현대차 그랜저가 언급되고 있지만 디자인과 성능, 사양의 구성에서 가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다소 벅차 보인다. 누구에게도 신형 파사트를 추천 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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