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90 B6, 어쩌다 사장 조인성 대게 라면처럼 맛 쫀득

  • 입력 2021.04.26 08:00
  • 수정 2021.04.26 12: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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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지나쳐 가기만 했던 곳이다. 30년도 훨씬 지난 것으로 기억되는 친구 면회, 몇 번 갔던 파로호 낚시, 산천어 축제를 갔을 때도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것조차 민망한 작은 이 시골 마을이 요즘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말이면 하남 면사무소와 우체국 사이 샛강 양쪽 큰길에 자동차가 늘어서고 작은 가게에 긴 줄이 선다.

TV 예능 '어쩌다 사장' 덕이다. 무대가 된 '원천상회' 최고 메뉴 대게라면, 자판기 커피 맛을 보려는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작은 면 소재지에 생기가 돌고 있다. 한가한 동네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불편해할 것 같은데 이 동네 토박이라는 어르신은 "외지 사람하고 말 섞은 게 언제인지 몰라. 저 집이 테레비(TV)에 나오면서 젊고 나이 들고 애들이고 죄다 인사 한마디씩 건네고 사진 찍고 그러는데 성가실 일이 뭐있어"라고 되려 면박을 했다.

대신 길고 긴 얘기를 들어야 했지만 원천상회 앞 고목 밑 정자는 일찌감치 둥지를 튼 제비 소리, 동네 아낙까지 섞여 농 주고 받는 소리로 또 한 번 시끌벅적했다. 원천상회 진짜 사장은 할아버지, 외삼촌에 이어 34년째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단다. 후덕한 인상을 느낀 주인 아주머니는 "밤에 몰래 온 군인들 라면 끓여주는 거로 시작했어. 공평하게 나눠 주려고 미리 준비한 육수로 끓여낸 면부터 담고 자꾸 들었다 놨다 해서 면발 좋게 하는 것도 그때 배운겨"라고 했다.

"대게 라면은 언제부터 있던 메뉴냐"고 묻자 "여기 대게가 어딨어 테레비 때문에 생긴 메뉴인데 여기 오면 뭐 다 그거만 찾으니까 따로 들여서 준비해 해 놨다 내주는 거지 뭐"라고 한다. 대게 라면 전체 맛은 보통에서 조금, 신기할 정도로 쫀득한 면발 맛은 최고, 국물 맛은 밥 말아먹기 딱 좋은 정도다.

원천상회는 어쩌다 사장에서 배우 조인성씨가 볼보 XC90를 타는 것을 보고 잡은 코스였다. 그때 설치한 충전기가 지금도 한 쪽에 남아 있었다. 원천리 주변 풍경이 볼만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를테마 수목원, 붕어섬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흐르는 물보다 깨끗한 물이 담긴 파로호에 닿는다. 그 유명한 사랑 나무도 인근에 있다. 춘천 나들목으로 원천상회와 갈 곳을 들르고 화천 군청이 있는 곳에서 북한강을 남으로 끼고 파로호까지 달리는 460번 도로는 그 자체로 힐링이다.

고성능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변신한 볼보 XC90 B6 AWD 인스크립션이라면 드라이브 힐링 강도는 더 높아진다. 볼보자동차는 어느 브랜드보다 빠르게 탈내연기관을 선언했다. 4년 전인 2017년, 2019년부터 모든 신차에 어떤 형태로든 배터리를 사용할 것이며 2025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 50%를 순수 전기차로 채우고 나머지는 하이브리드로 채우겠다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XC90 B6 AWD 인스크립션은 이 전략에 맞춰 기존 T6 엔진을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B6로 대체한 모델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모터가 엔진 보조 역할만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구동력에 개입하는 하이브리드하고 다른 개념을 갖고 있다. 전동화 초보 시스템이지만 48V 배터리를 회생 제동 에너지로 충전하고 이를 통해 엔진 파워와 연료 효율성을 높여준다. 엔진 파워와 연료 효율성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전동화 전략 시작점으로 선호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단순히 연료 효율성에만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산이다. XC90 B6 AWD 인스크립션은 2.0ℓ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kg.m를 발휘한다. 따라서 경쾌하게 달린다. 고속도로나 한적한 지방도로나 원하는 속도에 빠르게 도달하고 경쾌하게 달려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이전 순수 내연기관으로 맛봤던 XC90 질감을 완전히 다른 차로 만들었다.

달리는 엔진 반응과 질감뿐만이 아니다. 2t(2160kg)이 넘는 중량을 갖고 있는데도 출발할 때 감성이 대배기량을 올린 대형 세단 느낌이다. 반응이 차분할 뿐 아니라 저속에서 중속, 고속으로 전환되는 타이밍이 놀랍게 빠른데 부드럽기까지 하다. 볼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저 마찰 엔진 기술과 혁신적인 엔진 관리 시스템, 커먼레일 직분사 및 통합된 전기식 슈퍼차저, 터보 기술이 조합되면서 엔진 출력이 최대한 바퀴를 굴리는 데 사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운전하는 재미는 동력만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XC90 B6는 사륜구동(AWD)으로 긴 차체 흔들림에 대한 불안감 없이 굽은 도로를 마음껏 공략할 수 있게 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다이내믹과 오프로드가 포함된 주행 모드로 원하는 주행 재미를 누릴 수 있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6.7초 만에 도달하는 놀라운 가속력 그리고 시승을 하는 동안 꾸준하게 기록했던 10km/ℓ대 연비가 주는 경제성도 만족도를 높여줬다.

달리는 맛 이외에도 고급스러움 그 이상 가치를 가진 것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세계적인 하이엔드 크리스털 브랜드로 알려진 오레포스(Orrefos) 장인이 오직 볼보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크리스털 기어노브,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윌킨스, 나파 가죽으로 마감한 시트, 초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그리고 안전 시스템과 사양은 말할 것도 없다.

(총평) '어쩌다 사장'으로 원천상회가 알려진 덕분에 화천면 원천리에 사람이 북적이는 것처럼, 볼보는 어느 순간부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누적 판매 성장률은 작년 대비 14.5%, 수입차 순위는 5위로 상승했다. 탄탄한 기본기와 스웨디시한 감성 말고도 요즘 TV 광고로 알 수 있는 안전과 환경에 대한 철학이 소비자 신뢰를 단단한 바위처럼 만든 것이 비결이다. 반년이든 일 년이든 기다려서라도 볼보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다. 기분 좋은 시승을 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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