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일본산도 토요타도 아닌 차" 렉서스 전략 참고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4.18 08:28
  • 수정 2021.04.18 08:29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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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팔리는 자동차는 연간 약 2500만대로 9000만대 수준인 세계 전체 수요 약 26%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거대한 시장, 따라서 어떤 자동차 제작사도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독자 브랜드 성장과 함께 중국 소비문화와 트랜드 변화로 브랜드 간 사정은 모두 다르다. 코로나 19 이후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02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 그룹도 한때 엄청난 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지난 수년간 암울한 시기를 보내면서 생산량 조절, 비용 절감 등 다양한 구조 조정과 새로운 전략으로 재도약을 노리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그룹 실적이 왜 줄었는가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 필요해졌다. 우선 중국 지리자동차 등 토종 브랜드 품질 향상을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다. 디자인, 편의 사양과 안전 옵션 등이 상당한 진보를 이루면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품질을 확보했다. 여전히 다른 브랜드 디자인과 사양을 복사하는 행태나 그런 것으로 의심되는 일이 여전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기술적 진보에 도달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인들이 토종 브랜드를 두고 굳이 비싼 현대차, 기아 제품을 살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는 차별화와 특화 요소가 부족한 때문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닌 대중 브랜드가 중국 토종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가격만 비싸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대차 그룹 부진 원인 가운데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중국 현지 전략형, 소비자를 위한 차종도 절대 부족하다. SUV와 같이 중국 소비 트랜드를 반영한 신차종 투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자동차 자체가 자신의 부와 사회적 지위 등을 과시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따라서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전용 모델이 필요했다. 서민용 중소형 차종으로는 현지화에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현대차 그룹 신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술과 품질,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 특성에 맞는 고급화, 차별화된 차종이 적극적으로 투입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산업 특성도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정경 유착이 일상화된 국가다. 사드를 이유로 벌어진 한국산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중국만을 위한 별동대가 필요하다. 신차 개발, 영업, 지침 등 모든 것에서 중국에 특화된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투입한 것은 이러한 차별화 전략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제네시스가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제네시스는 북미, 러시아 시장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5개인 모델에 향후 전기차를 포함해 더욱 늘어나면 내연기관과 친환경 모든 제품군을 구축해 더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 유럽이나 중국은 물론 일본 등에서 제네시스 존재감은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미미하다. 고급차 경쟁에 치열한 미국 시장 안착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유럽과 중국도 쉽지 않은 시장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미래를 지향하며 명품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부족한 제네시스는 확실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영업, 정비, 서비스 등 모든 분야도 독립 브랜드라는 점이 부각돼 확실한 명품 이미지를 시장과 소비자에 각인해야만 한다. 향후 제네시스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야 하는 이유다.

유럽은 기존  럭셔리, 슈퍼카 브랜드에 대한 충성 브랜드가 강한 곳이다. 명품 소유 욕구가 급증한 중국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제네시스를 고급 브랜드 대열에 합류시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토요타가 렉서스를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선택한 "일본산이 아닌, 토요타도 아닌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가 가진 강점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프리미엄 브랜드가 현지 생산을 하는 반면, 제네시스는 국내 생산 차량을 수입 판매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프리미엄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산을 고급스럽게 생각하는 중국 소비자 인식이 분명하기 때문에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 제네시스 안착은 현대차 그룹 세계 시장 진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하면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에도 상당한 시너지를 줄 것이다. 제네시스가 치밀한 전략으로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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