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조에 대관령 옛길 넘어 강릉까지, 아이오닉 5 부럽지 않았다.

  • 입력 2021.03.29 13:12
  • 수정 2021.03.30 13: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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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2021 올해의 차' 전기 세단(해치백 포함) 부문 우승자는 '르노 조에(ZOE)'다. 조에는 프랑스 르노가 현지에서 생산한 모델을 르노삼성차가 완성차로 수입해 팔고 있는 순수 전기차다. 르노 조에가 유럽 베스트셀링카,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올해의 전기 세단으로 선정된 이유는 탁월한 '경제성'이다. 전기차와 테슬라를 동의어로 보기도 하지만 실용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럽에서 르노 조에가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유럽에서 르노 조에는 매달 3000대 이상 꾸준하게 팔린다. 아쉽게도 국내 반응은 밋밋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환경 또는 경제성이 핵심 가치인 전기차를 생김새에 집착하고 주행거리를 우선 따지는 소비 특성이 영향을 줬다. 유럽에서 조에 인기가 높은 것은 주행거리가 길어서도, 생김새가 뛰어나서도 아니다. 일상 용도에 부족하지 않게 사용이 가능한 정도로 알맞은 배터리를 탑재해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환경과 경제성에 딱 맞는 전기차로 평가된 것이 베스트셀링카 목록 1위에 오른 비결이다.

몇 차례 시승했는데도 일정을 다시 잡은 이유도 국내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짧은 쪽에 속하는 르노 조에 만으로도 출근과 퇴근, 업무, 주부 일상 용도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는 우리나라 또 수도권 인구가 가장 많이 찾는다는 동해안 강릉이다. 전기차로 강릉까지 충전하는데 걸린 시간 때문에 불편했다는 어느 시승기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르노 조에도 다른 전기차와 다르지 않게 배터리가 100% 충전되는 일은 거의 없다. 1호선 당정역 주차장에서 배터리 94%를 채우고 주행 가능 거리 317km가 표시된 르노 조에를 몰고 출발한 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 첫 번째 목적지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 초입에 있는 양떼목장. 충전 없이 논스톱으로 달려갔다.

양떼 목장까지 거리는 193km,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22분. 이 기사를 쓰면서 내비게이션으로 확인한 예상 주행 시간은 2시간 31분, 따라서 일반차와 차이가 없는 시간에 도착했다. 양떼 목장에서 대관령 옛길을 넘어 강릉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게 내리막길이 이어지면서 남은 주행 거리가 출발 전 87km에서 강릉 시청 도착했을 때 120km로 늘어났다.

강릉시청까지 총 주행 거리는 약 220km, 이 곳에서 40분 충전으로 배터리 용량 67%를 채우고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참고로 르노 조에 고속도로 주행 전비는 도심(342km)보다 매우 짧은 268km다. 수치상으로는 불가능한 거리지만 대관령 옛길 내리막 회생제동에너지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늘면서 40분 충전만으로도 되돌아 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돌아올 때 걸린 시간은 약 3시간, 충전하면서 마신 커피값은 들지 않았고 강릉 시청에서 충전할 때, 주변 식당에서 막국수로 끼니를 때운 시간을 제외하면 일반차와 총 주행 시간에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전기차 적정 주행 거리가 300km면 족하다는 얘기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주행 거리 213km인 르노삼성 SM3.Z.E로도 영업에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개인택시 사업자를 만난 적도 있다.

"영업을 하지 않는 시간, 대기시간을 잘 활용해서 충전하면 하루 운행에 아무 문제나 불편이 없다"는 것이 택시 사업자 얘기였다. 모든 전기차도 다르지 않다. 르노 조에 주행거리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같은 다른 순수 전기차보다 짧은 건 배터리 용량 차이에서 온다. 일반적인 전기차가 70kWh급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 거리를 400km 넘게 확보하고 있지만 르노 조에 배터리 용량은 52kWh에 불과하다. 

주행 거리를 성능 차이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늘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에너지 효율, 그러니까 1kWh로 얼마를 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비는 르노 조에(5.94km)가 경쟁 모델을 크게 앞선다. 같은 연료로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에너지 효율성이 전기차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봤을 때 르노 조에가 유럽에서 잘 팔리는 이유가 읽힌다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게 효율성을 높이는 연비운전, 경제운전 테크닉이 필요하긴 하다. 르노 조에는 B모드 원 페달 드라이빙 시스템 하나만으로 경제운전이 가능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빠른 감속이 이뤄지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배터리를 채워 주행 거리를 늘릴 수가 있다. 대관령 옛길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40km 가까이 늘린 것도 이 시스템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르노 조에 100kW급 R245 구동 모터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감각에 최적화돼 있어 운전이 쉽고 편하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 25kgf.m이 뿜어져 나오고 최고 출력도 136마력이나 된다. 가속 페달을 단계적으로 나눠 효율적 운전이 가능하게 한 것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압력이면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시속 100km 인근을 유지하지만 더 강한 힘을 주면 폭발적으로 튕겨 나간다.

고속, 추월이 필요할 때 힘을 주면 원하는 속도가 빠르게 실현되는 맛, 그래서 운전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지상태에서 50km/h 3.6초, 80km/h에서 120km/h는 7.1초면 끝낸다. C 타입 주간 전조등, 볼륨이 풍부한 외관과 함께 10.25" 컬러 TFT 클러스터, EASY CONNECT 9.3" 내비게이션 등 기본적인 편의사양은 잘 갖춰놨다.

<총평> 르노 조에 주행 거리(309km)는 현대차 아이오닉 5보다 100km 이상 짧다. 주행 거리만큼 가격 차이도 난다. 아이오닉 5 실구매가는 서울 기준 3700만원대로 르노 조에보다 800만원 비싸다. 그러나 장담하는데 주행 거리 309km가 410km보다 불편할 것은 없다. 르노 조에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도 일반적인 차 소요 시간과 비교해 30분 남짓 더 걸렸을 뿐이다. 휘발유나 경유 사용차와 비교하면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편이 있지만 그건 주행  거리가 500km를 넘겨도 전기차라면 겪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용도에 맞춰 선택하는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용도, 간혹 동해안으로 떠나는 나들이에도 2000만원대, 주행거리 309km 르노 조에면 충분하다는 것,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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