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주도권 쥔 배터리 '내돈내산ㆍ업종변경' 시대 온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3.28 09:24
  • 수정 2021.03.28 09:34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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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흐름이 빠르게 진전되다 보니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나 변속기 등에 대한 신기술 뉴스보다 전기차 얘기가 더 많아진 세상이다. 자동차 제작사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경영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연기관 개발 중단을 선언하는 일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가 8000만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은 320만대로 급증했다.

전체 대수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비중이 아직 미미하지만 매년 크게 증가해 주도권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정도다.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올해 400만대, 내년 550만대, 2025년이면 1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전기차가 쥐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올해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완성도 좋은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가성비가 워낙 좋다 보니 전기차 판매가 예정한 보조금 지급 판매 대수보다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가 주도권과 함께 중흥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자동차 제작사는 전기차를 흑자 모델로 고민하게 됐다. 가격을 낮추고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경쟁력 높은 새로운 전기차가 필요해지는 이유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신차가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 전기차 생산 원가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가장 중요한 혁신대상이다. 현재는 고가 배터리를 전문 제작사에서 공급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배터리를 제작하는 내재화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 변화다. 테슬라는 지난해 배터리 데이에서 향후 5~6년 이후에 직접 생산하겠다고 선언했고 폭스바겐도 파워 데이 행사에서 같은 선언을 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됐다. 특히 각형 배터리를 언급해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국내 기업에 충격을 줬다. 

결국 배터리는 전기차 게임 체인저가 됐다. 세계적인 배터리사 3개를 지니고 있는 국내 입장에는 전기차 향후 추이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전기차 배터리 호황은 길어야 5~6년이다. 이후에는 전고체, 각형 배터리 등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과 등장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경제성 높은 차세대 배터리가 전면에 나오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양산화로 차별화를 기해야 한다.

물론 배터리 제작사도 부품 수가 적고 모듈화가 가능한 전기차 시장이 연간 1000~2000만대로 커지면 직접 전기차 생산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제작사가 배터리를 만들고 배터리 제작사가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새로운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미래에는 시장 영역 구분이 없는 약육강식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글로벌 제작사 배터리 내재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만 해도 최고 난도를 가진 하이테크 기술이어서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 마찬가지로 배터리사가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일 역시 장벽이 높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글로벌 제작사 배터리 내재화가 보편화하고 실제로 진행된다면 배터리 사가 전기차를 제작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일이 된다. 이런 변화에 현대차 그룹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배터리 관련 기업 총수를 직접 만나며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지만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공급 등 내재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 모빌리티는 급변하고 있고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합종연횡, 적과 동침, 이종 간 결합 등이 보편화하는 기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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