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테슬라 스파이 활동 우려 '있을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

  • 입력 2021.03.22 12:43
  • 수정 2021.03.22 12: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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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군이 테슬라 모델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출입은 물론, 주변 통행을 제한하고 주차는 인근 주차장 사용을 권고했다. 타고 다니지 말라는 얘기니까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유는 테슬라에 장착된 카메라 또는 센서가 민감한 군사 정보를 취득해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테슬라가 스파이 활동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나 군 관계 당국이 테슬라 사용 제한을 직접적으로 지시한 것은 아니다. 테슬라를 몰고 군사, 국방 또는 주요 산업 시설, 국영 기업 등에 근무하거나 출입하는 직원과 관계자들 '시설 출입을 막고 인근 주차'를 권고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조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중국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열린 중국개발포럼(CDF)에서 연설을 하기 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는 당연히 이 포럼 연설에서 "우리(테슬라)가 만약 스파이 활동을 했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 장착 카메라와 센서가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있다며 통제에 나선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웨이에 취한 수입 및 금지 조치에 보복하고 바이든 새 행정부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테슬라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가 사생활은 물론 군사, 주요 산업 시설 기밀 정보를 은밀하게 취득하는 '카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는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전방과 후방을 살필 수 있는 카메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차량 주변 전체를 보여주는 서라운드 카메라도 장착된다. 차로 이탈을 막고 오토하이빔, 전방 추돌 방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카메라를 이용한 안전장치다. 고

급 차에는 적어도 7~8개 카메라 모듈이 장착됐다. 마음만 먹으면 이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살펴보고 소리나 음성, 전파 등을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경고다. 일반인도 쉽게 원격 조정이 가능한 블랙박스도 있다. 웬만한 블랙박스는 스마트폰으로 영상 확인이 가능하다. 마음만 먹으면 필요한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주변 정보를 감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어디를 갔는지 모든 정보도 여기에 담긴다. 외부에서 장착했던 블랙박스가 완성차 옵션으로 제공되는 모델도 있다. 이런 정보는 소위 관제센터라는 곳에서 모두 수집하고 저장한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내비게이션 사용이 불가능한 장치도 있다. 중국 정부가 군사나 산업 주요 시설에 테슬라를 꼭 짚어 차량 출입과 주차를 제한한 것은 다른 의도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주장은 아니다.

해킹으로 테슬라 모델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일도 있었고 심지고 차량을 훔치는 일도 있었다. 테슬라 말고도 그런 사례는 많았다. 지난해 벨기에 루벤가톨릭대학과 영국 버밍엄 대학 연구진들은 이모빌라이저를 사용하는 암호화 시스템을 해킹해 토요타와 테슬라, 현대차와 기아 여러 모델을 무장 해제시킨 적이 있었다. 해커들은 키리스 엔트리 시스템을 30초 만에 해킹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커넥티드 시스템이 자동차 핵심 장치가 되면서 보안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카메라는 주변을 보여주고 주행 상황을 녹화하는 단순 기능에서 운전자 안전과 편의에 필요한 핵심 기술로 자리를 잡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단계를 높여가면 더 많은 카메라가 필요해진다. 이런 사례를 반대로 짚어보면 중국 주장처럼 카메라가 달린 자동차는 어느 국가나, 개인이 나쁜 의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해 보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일, 자동차가 007보다 은밀한 스파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중국이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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