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목적 전자제품 현대차 아이오닉 5, 실제로 보면 '더 크고 간결'

  • 입력 2021.03.19 08:00
  • 수정 2021.03.19 08: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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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주역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폭스바겐그룹, GM, FCA와  PSA 합병 그룹인 스텔란티스 등 대중 브랜드는 물론이고 슈퍼카와 럭셔리 브랜드까지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 중 몇 곳은 짧게는 5년 후 내연기관차를 더는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가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승부수다. 

글로벌 완성차 가운데 전기차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현대차 그룹과 폭스바겐 그룹이다. 연간 수백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와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델을 쏟아내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자 일각에서 테슬라는 물론 상대적으로 전기차에 소홀했던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상황도 벌어졌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첫 모델 '아이오닉 5'를 직접 살펴보면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1974년 대한민국 최초 콘셉트카 포니 쿠페의 대담한 라인과 면을 살린 외관과 고도로 첨단화된 실내가 절묘하게 버무려지면서 이질감을 없앴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생김새다. 아이오닉 5와 경쟁하게 될 폭스바겐 ID.3, 테슬라 모델 3에 디지털 세대가 열광하는 것, 전기차가 불편해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가 이해된다.

지난 17일, 현대차는 서비스 옛 본사로 쓰였던 원효로 사옥을 '아이오닉 5 스퀘어'로 꾸미고 미디어를 대상으로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첫 느낌은 이미지로 봤을 때보다 더 크고 디지털 감성이 더 가득했다는 것. 디지털 세상을 상징하는 픽셀로 각진 헤드램프를 만들고 리어 램프 등을 장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100년 넘게 이어져 왔던 자동차 정석들을 괏감하게 벗어던진 파격이다. 

후드가 휠 하우스까지 넓게 퍼져 나온 것이나 루프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 실내 바닥을 완벽한 평지로 만드는 자유로움은 E-GMP로 누린 호사다. 모듈형 플랫폼 E-GMP는 차종과 차급을 가리지 않은 무한 확장성이 최대 강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이오닉 5에는 디지털 사이드미러, 개방형 리어 스포일러(스포일러와 리어 글라스 사이 절반 정도가 트여있다), 오토 플러시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 등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다.

3000mm나 되는 휠베이스로 완성된 실내는 그 이상이다. 1열에서 2열, 트렁크 공간으로 이어지는 바닥이 완전 평평했고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는 작동할 때 감성까지 묘하게 잡아놨다. 시트 등받이 두께가 얇고 바닥이 평평한 데다 시트 베리에이션이 다양해 공간이 부리는 마법에 넋이 나갈 정도다. 이런 공간이 주는 여유는 간결해진 인스트루먼트 패널로 더해진다. 에어 벤트를 길게 이어진 라인이 품게 했고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통합해  놨다.

변속기를 운전대에 적용한 컬럼 시프트를 사용하면서 운전석 주변 정돈감이 뛰어났다. 후방으로 최대 140mm 이동이 가능한 센터 콘솔을 뒤로 빼면 아이들이 선채로 이동해도 좋은 공간이 나온다. 센터 콘솔이 사라지면서 작은 소품을 담을 자리가 애매한 것은 있지만 엄청난 크기를 가진 글러브 박스, 내연기관이면 엔진이 들어갈 자리에 작은 러기지 공간이 있고 트렁크 용량도 531ℓ나 되기 때문에 부족하지는 않다.

2열 시트 아래 살짝 감추어져 있는 'V2L'은 아이오닉 5가 보여준 여러 파격 중 백미다. V2L은 콘센트를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가전제품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는 드라이기, 커피머신, 노트북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V2L로 작동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 구루에 따르면 일반 가정 평균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아이오닉 5로 4일 이상 모든 전기 제품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V2L은 2열 시트 아래뿐 아니라 충전구에도 마련돼 있어 야외 활동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아이오닉 5는 400V, 800V 멀티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고 18분이면 배터리를 80%(잔량 10% 기준) 이상 채울 수 있다. 충전소를 찾는 것보다 충전 시간에 대한 불편이 큰 전기차 특성상 이런 시스템과 성능은 뛰어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날 눈으로만 살펴봤지만 아이오닉 5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품성이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아이오닉 5 스퀘어 곳곳에 내 걸린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 슬로건처럼, 지금까지 자동차가 해왔던 역할의 한계가 허물어질 듯하다. 모빌리티가 아닌 다목적 전자제품, 아이오닉 5 성능을 살펴볼 수 있는 4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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