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살 만하네, 여기저기 '전용 주차장' 생기고

  • 입력 2021.03.08 10:24
  • 수정 2021.03.08 10: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차 공간이 절대 부족한 서울 도심에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장애인, 임산부, 경차 그리고 과한 배려로 보이는 여성 주차장은 본 적이 있는데 전기차 전용 주차장 얘기는 '듣보잡'이다. '전기차 전용 주차장'은 운전이 쉽고 빠른 가속력 그리고 저렴한 충전 비용을 장점으로,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커피값이 더 들어가는 건 전기차 단점이라고 소개한 한 매체 전기차 시승기에 등장한다.

전기차를 사면 전용 주차장이 생긴다니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지만 곧이 곧대로 믿었다간 댓가를 치르게 된다. 전기차 충전 구역은 일정한 시간 이상 충전을 할 수 없고 충전을 마치고도 방치하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 16조 1항'에 의거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통은 충전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하는데 이 시간을 초과해 계속 세워두면 과태료를 물린다는 얘기다.

전기차 충전 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거나 사용에 방해가 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맞다. 전기차를 위한 공간인 것도 맞다. 그러나 전기차도 충전을 마치면 바로 일반 주차 구역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거긴 주차 구역이 아니라 충전을 위한 공간이다. 전기차 혜택이 아무리 많고 좋아도 전용 주차장 덕분에 주차 자리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특혜는 없다. 누구나 아는 상식을 끄집어 내는 것은 전기차 또는 전기차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아서다.

전기차 충전 거리, 충전 시간, 운전 요령에 대한 상식은 특히 아쉬웠다. 다양한 전기차로 서울에서 부산, 서울외곽순환도로 떠 다른 장거리 시승을 여러 차례 경험한 입장에서 심각한 불편은 겪은 적이 없다. 기온이 떨어지면 주행 거리가 갑자기 수십 km 줄어들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히터펌프가 보완된 요즘 전기차 동절기와 하절기 전비 차이는 크지 않다.

한 예로 전기차 주행 거리로는 짧다 싶은 르노 전기차 조에(ZOE, 1충전 주행 가능 거리 309km)로도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데 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충전을 할 때 차를 마시고 식사 한 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자투리 시간 충전으로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본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 때는 극심한 정체를 만나 7시간이 걸렸다.

주행 가능 거리 420km 기아 쏘울 EV로는 단 한 번 가득 충전하고 총 거리가 127km인 수도권 제1 순환 고속도로를 무려 4바퀴나 돌았다. 4년 전 383km 인증 거리를 가진 쉐보레 볼트 EV는 가득 충전하지 않고도 세바퀴를 돌았는데도 배터리가 남아있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전기차도 '경제 운전을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생 제동 원리와 특성을 알고 최대한 효율성을 끌어내고,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게 불필요한 무게를 줄이고 급가속, 급제동하지 않는 경제 운전 말이다. 장담하는데 요즘 전기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잘하면 무 충전, 한다고 해도 30분 추가 충전이면 충분하다. 서울에서 강릉 정도는 무충전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변수가 있다면 충전 구역을 전기차 전용 주차장으로 여기거나 다 같은 주차장으로 보는 몰상식이다. 전기차를 몰면서 만난 진짜 차주들은 "전기차 특성을 알고 맞춰서 운전하면 요령이 생기고 충전소 위치 같은 정보 잘 챙기면 큰 불편이 없다"고 대부분은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가장 큰 불편 역시 충전기 부족 이상으로 충전 구역을 주차장처럼 쓰는 사람들이다. 전기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상식, 운전을 제대로 하는 요령을 알리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