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 전원 사망 사고 주범" 화물차 후부 안전판 대책 시급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2.28 09:31
  • 수정 2021.02.28 09:33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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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안전을 위협받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교통 사고가 줄었어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높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가장 많이 기록하고 있는 교통 악조건을 갖고 있다. 다행스럽기는 해도 사고 감소가 계도나 국민 인식 전환보다 강제적인 법적 구속력 효과 결과라는 점은 우려스럽다. 단속이나 강화된 법적 규제보다 중장기적인 교육을 통한 문화적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정부 정책 방향이어야 한다. 

살벌한 도로에서 가장 조심할 대상은 화물차다. 자동차, 교통 관련 정책 자문이나 강의를 하면서 주변에 큰 차를 두지 말라는 당부를 자주 한다. 화물차나 버스 등 큰 차는 시야 확보가 어렵고 승용차가 대형차 밑으로 들어가는 언더라이드 현상이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변에 대형차가 있으면 추월을 하거나 속도를 줄여 가급적 안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안전한 운전을 위해 필요한 만큼 누구나 주의해야 한다. 최근 화물차가 판스프링을 잘라 적재함을 고정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일이 있었다. 도로에 떨어진 판스프링이 튀어 올라 운전자가 사망하는 일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판스프링뿐만 아니라 매년 수천 건 이상 발생하는 화물차 적재 낙하물 사고도 큰 문제다. 적재 방법이나 적재물건을 규정하는 규제가 미비하고 약해 후진적인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는 화물차 후부 안전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후부 안전판은 추돌한 승용차 등이 차체 후미 하부로 밀려 들어오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후부 안전판은 야간 반사 능력을 갖추고 설치 높이를 최대 55cm 이하로 규정해 범퍼 높이가 낮은 승용차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화물차 후부 안전판이 안전 높이를 지키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화물차와 연관된 비중은 25%나 되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830여 명에 달한다. 그만큼 화물차 안전이 중요한데 규격을 무시한 후부 안전판으로 사망하는 운전자 수가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후부 안전판 중 높이가 75cm나 되는 사례가 30%에 달했고 이 중 상당수는 용접이 허접하고 부식까지 진행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사 기능이 떨어지거나 적재함 끈으로 가려져 있는 사례도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은 화물차 후부 안전판 중 불량이 전체 90%에 이른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기준을 어기거나 불량한 후부 안전판을 달고 있는 화물차를 추돌한 승용차는 대부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이 망가지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화물차를 추돌한 승용차가 평균 134cm 이르는 깊이로 엔진 후드를 따라 파고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안전띠를 매고 에어백이 터져도 소용없는 상황이다.

화물차 후부 안전판을 보다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기준 이하로 높이를 낮춰 설치하도록 하고 지지대 용접과 굵기 등도 안전한 기준에 맞춰 설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반사판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살펴야 한다. 화물차 운전자는 낮은 후부 안전판이 언덕 등을 올라갈 때 도로에 닿는다고 불평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최소한 조치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입한 대형 화물차 중에는 범퍼 높이가 낮고 후부 안전판이 강화된 기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화물차 제작 단계에서부터 후부 안전판 안전이 보장되도록 하고 불법 개조나 안전 기준 위반 행위를 상시로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화물차 후부 안전판, 판스프링으로 인한 애매한 운전자 사망사고가 늘고 있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적재 방법을 포함 화물차 전반 문제점을 파악하고 조처해야 한다. 지금도 하루 한 명 이상이 화물차 관련 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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