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2021 모하비 더 마스터 그래비티 '소처럼 우직한 진짜 SUV'

  • 입력 2021.02.18 09: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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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어내고 로고를 바꾸더니 옵티마, 세도나로 불렸던 해외 모델명도 국내와 같은 K5, 카니발로 변경하면서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변신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핵심은 친환경 전기차에 있지만 그렇다고 기아가 단기간, 단박에 내연기관을 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역사를 자랑하는 유수 브랜드가 과거를 쉽게 버리지 않듯 기아 미래 전략에는 지키고 고수해야 할 것을 가려내 정통성을 지키는 것도 포함돼야 한다. 

경차 모닝, 고성능 스포츠 세단 스팅어, 국민 미니밴 카니발 그리고 RV 명가를 대표하는 모하비를 가능한 한 길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다. 모하비는 국내에 흔치 않은 대형 SUV다. 로고를 바꾸고도 모하비 것을 독자적으로 쓸 만큼 기아는 모하비 자부심이 강하다. 그만큼 브랜드 자존심이 가득한 모델이다. 모하비는 또 특별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모델이기도 하다. 2008년 모하비 데뷔와 함께 출범한 여러  동호회는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에서 동호회를 살펴보는 한 관계자는 "모하비 동호회보다 더 열정적인 곳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라고 했다.

사골이라서 더 좋다는 모하비=판매량에 따라 생존이 갈리는 냉혹한 자동차 시장에서 모하비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잡음 없이 잘 버텨왔다. 걸쭉한 6기통 파워트레인(3.0) 디젤 엔진은 물론이고 특별한 트집도 잡히지 않았다. 사골 디자인 소리는 있었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부분변경이 이뤄졌을 뿐, 완전 변경으로 세대를 바꾸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러나 모하비 마니아들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장점으로 얘기한다. 2019년 모하비 더 마스터가 나왔을 때도 작지만 강렬한 변화에 호평을 보낸 것도 그래서다.

그 때 모하비 더 마스터를 처음 시승하는 날, 중부권에 엄청난 비가 내렸다. 인천 영종도에서 가평 어딘가까지 긴 거리를 폭우를 뚫고 달렸다. 모하비가 그 폭우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달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 기억을 들춰내며 모하비 더 마스터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2021년형, 그때와 생김새가 달라진 것은 없지만 똑똑해졌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변화가 달릴 때 드러났다.

2021년형 보이지 않는 큰 변화=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변화가 크다. 8.5인치에서 10인치로 커지면서 각종 정보를 시원스럽게 제공한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면 주변 차량이 박스 모양으로 표시되고 사각지대도 경고해준다. 길 안내를 해 줄 때, 분기점 같은 곳을 그래프가 아닌 이미지로 보여준다. 빠질 곳을 놓치지 않고 챙길 수 있어 좋았다. 운전 중 주변 교통상황과 위험 요인, 규정에 맞춰 속도를 제어하고 길을 찾는 일이 HUD 하나로 해결된다. 자연스럽게 운전 집중력이 높아지고 안전 운전에 큰 도움이 됐다.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도 강화됐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Ⅱ(HDA Ⅱ, Highway Driving Assist Ⅱ)가 적용되면서 스스로 차로 변경이 가능해졌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정체 구간에서 스마트 크루즈를 켜고 있을 때 끼어드는 차량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이전 버전은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제동을 하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해제되면 다시 설정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모두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교차로 좌우에서 접근하는 차량, 차로 변경을 할 때 맞은편 도로에서 오는 차량, 차로 변경을 할 때 앞 차량을 추돌할 것으로 보이면 이를 회피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역시 우직한 황소처럼=시승차는 모하비 더 마스터 최고급형 그래비티다. 기본 가격 5694만원에 6인승(105만원), 드라이브 와이즈(100만원), 헤드업 디스플레이(90만원) 등이 보태져 있다. 그래비티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로 차별화했고 실내는 스티어링 휠과 도어 암레스트, 도어 센터 트림 등에 최고급 가죽 알칸타라가 사용됐다.

호화로운 실내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6인승 구조는 특히 1열부터 3열까지 어깨나 무릎, 머리 공간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공간이 넉넉하고 공조 장치나 컵 홀더, 외부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편의 장치가 모두 독립적으로 마련돼 있다. 어디에 탑승하든 손해 볼 일이 없었다. 트렁크에서 버튼으로 접을 수 있는 2열 시트, 3열을 접었을 때 확보되는 트렁크 공간에도 여유가 있다. 모하비 더 마스터 40%가 6인승을 선택하는 이유다.

조용하고 강력한 V6 3.0 디젤 엔진=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 kgf·m의 V6 3.0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이전 그대로다. 엔진 질감은 무난하다. 디젤엔진이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질감이다. 투박함도 없고 공회전 상태에서 나타나는 디젤차 특유의 거친 진동도 잘 잡아놨다. 출발할 때, 속도를 높이고 고속에 다다를 때 더 차분해지는 질감도 좋다. 더블 위시본과 멀티링크로 잡아 놓은 서스펜션 반응도 덩치와 다르게 부드럽다. 달리는 맛이 생긴 것과 전혀 다르다.

전자식 4WD, 차동기어 잠금장치 및 저단 기어, 진흙(MUD), 모래(SAND), 눈길(SNOW) 각각의 험로에서 구동력을 최적으로 발휘하는 ‘험로 주행 모드’를 믿고 얕게 쌓인 눈길도 달려봤다. 큰 저항을 받지 않고 능숙하게 눈길을 달려준다.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 조향감, 프레임 보디에서 흔히 나타나는 딱딱한 충격을 완화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공차 중량(2305kg)이 2t을 넘는 거구인데도 운전이 쉽다. 2021년형에 새로 적용된 오르간 페달 감도 무난했다. 발바닥으로 쓰는 힘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장거리, 장시간 운전에서 피로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1열 도어 차음 글라스 적용으로 정숙한 느낌도 강해졌다.

그래도 아쉬운 것들=누적 주행 거리 200km를 조금 넘긴 모하비 더 마스터 평균 연비는 최종 9.0km/ℓ(복합연비 10.8km/ℓ)로 표시됐다. 덩치가 크고 사륜구동이 적용된 데다 20인치 타이어가 장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지만 공회전을 줄이는 ISG로 연료 효율성을 높이지 않은 것이 아쉽다. 요즘 다 달려 나오는 빌트인 캠이 없다는 것, 트렁크에 화물을 고정할 수 있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는 것, 2열 시트가 독립식이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는 것, 2열 시트를 버튼으로 접는 건 좋은 데 힘으로 당겨야 하는 것은 프리미엄 SUV치고 아쉬웠던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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