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다른 차 '혼다 CR-V 하이브리드' 모터 출력만 184마력

  • 입력 2021.02.08 09:14
  • 수정 2021.02.09 13: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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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생소한 방식이다. 내연기관을 모터가 보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인데 혼다는 달랐다. 도심 구간 저속 주행 대부분에서 모터가 주동력으로 사용되고 내연기관이 보조를 하고 중속대에 접어들면 하이브리드, 고속 영역대에서는 엔진이 주 동력으로 사용된다. 동력계 제원을 보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와 다른 수치가 보인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엔진 출력은 145마력, 모터 출력은 이보다 높은 184마력이다. 대부분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보다 엔진 출력이 높은 것이 보통이다. 토요타 RAV4는 엔진 출력이 178마력, 전기 모터 출력이 120마력이다. 가장 최근 나온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엔진 최고 출력(180마력)도 모터 최고 출력(약 60마력)보다 높다. 혼다는 하이브리드카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스포티한 주행 질감을 살리면서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에는 전기모터가 2개 달려있다. 하이브리드가 전기모터 2개를 사용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혼다는 '스포츠 하이브리드 i-MMD'라고 불렀다. 혼다가 처음부터 사용했던 IMA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선 버전인 i-MMD는 크랭크축에 배치된 모터 2개가 모터와 회생 제동 역할을 각각 담당한다. 역할 분담이 확실해지고 필요하면 시스템 합산 토크(32.1kg.m)와 출력(215마력)을 바퀴에 전달하기 때문에 속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만큼 동력 성능이나 주행 질감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혼다 설명이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혼다 코리아는 CR-V 하이브리드 시승을 영암국제자동차경기장, 그리고 땅끝마을까지 가는 한적한 도로에서 달릴 수 있게 준비했다.

2개 전기모터와 2.0ℓ 가솔린 엔진이 발휘하는 성능은 인상적이다. 서킷을 도심보다 느린 속도로 달린 것이 아쉬웠지만 저속에서는 2~3km를 순수 전기모드로, 배터리가 소진되면 엔진이 개입하고 중저속에서는 엔진으로만 달린다. 회생제동시스템, 그리고 사륜구동에서 동력이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도 클러스터에서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숙성이다. 모터를 중심으로 달리기 때문에 저속에서는 전기차 수준으로 고요하다. 1열에 이중흡차음 유리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인 도심 제한 속도 이내라면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유입없이 정숙함을 유지해 준다. 가속 페달에서 전달되는 진동도 잘 잡았고 회생 제동이 개입할 때 흔히 나오는 이질감도 잘 억제해 놨다.

주행은 속도에 맞춰 저속 모터, 중속 하이브리드, 고속 엔진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또 하나 정지 또는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압박했을 때 공회전 느낌이 나는 러버 밴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연료 분사 로직을 개선했다"라고 말했다. 몇 번 가속페달을 거칠게 다뤄봤는데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혼다 CR-V 차체 안정감은 고속 주행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기민하고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노면에 순응한다. 과격하게 방향을 틀어도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 거칠지도 느리지도 않다. 아쉬운 것도 있다. 고속 주행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설명과 다르게 속도를 높이면 끈기가 떨어진다. 엔진 소리가 거칠어지고 순간 가속감, 가속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외부소음보다 후드에서 들어오는 엔진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실내외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디테일이 추가되고 눈에 띄는 곳 포인트에 변화를 줬다. 범퍼 디자인, 인라인 타입 LED 안개등, 후면부는 윙 타입 테코레이션으로 차별화했고 블루 H 마크 엠블럼이 사용됐다. 운전석 주변으로는 패들 시프트가 보이고 버튼식 e-CVT에 스포츠와 EV 모드 전환 버튼이 추가된 정도다. 클러스터에 표시되는 정보가 한글이 아니라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배터리를 트렁크 바닥 아래로 배치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 됐다. 트렁크 바닥이 높아지면서 2열을 접으면 '평탄화'가 완벽하게 이뤄진다. 2열 공간도 꽤 여유롭고 실내 구성 전체도 보수적인 다른 일본 브랜드와 다르게 세련됐다. 혼다 센싱이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것도 만족도를 높인다. 이 밖에도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무선 충전 등 필요한 편의 사양을 잘 갖춰놨다.

<총평> 패밀리 SUV로 적당하다. 매우 정숙하고 정속주행에서 주행 질감일 일관성을 발휘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절대 엇나가지 않는 차체 안정감도 매력적이다. 다만 고속 주행에 대응하는 맛은 떨어진다. 소리가 그렇고 반응도 그렇다. 그러니 도심에서 차분한 일상용으로 제격이다. 기존 하이브리드카와 전혀 다른 맛을 보여준 CR-V 하이브리드 트림은 4WD 투어링, 4WD EX-L 두 개다. 가격은 각각 4777만원, 4510만원이다. 한편 혼다 코리아는 오는 2024년까지 판매량 80%를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채울 계획이다. CR-V 하이브리드와 시스템을 공유하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주력하면서 추가 모델 투입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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