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랜저, 세계 10대 자동차 강국은 '소형 해치백'

  • 입력 2021.02.03 12:00
  • 수정 2021.02.03 12: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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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2020년) 기획으로 생산과 판매량 기준, 세계 주요 자동차 강국 '베스트셀링카'를 연재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 엄선한 총 10개국에서 2020년 한해 가장 많이 팔린 차를 소개했는데요. 연재를 마치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 19의 해였죠. 올해는 달라야 할 텐데 1월 통계를 보면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국내 판매는 16.7% 증가한 11만6270대, 그리고 약세였던 해외 판매 및 수출도 2.3% 증가해서 총 48만913대를 팔았습니다. 이 기세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작년은 수출과 해외 판매 감소로 힘이 들었지만 연재로 소개한 10개국 가운데 내수 판매가 증가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했습니다. 가장 빠르게 감염병 확산 차단에 성공한 중국도 6.8% 감소했으니까 4.8% 증가율을 기록한 우리 내수 시장은 견고하면서도 참 미스테리합니다.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고 어려운 가운데에도 업체마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멈추지 않은 덕분이겠죠. 이보다 중요한 얘기가 있습니다. 제목에서 눈치를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2020년 세계 10대 자동차 강국  가장 많이 팔린 차 목록 중 '그랜저'급은 없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랜저는 준대형급으로 부르고 있지만 '중형세단'으로 분류가 되는데요. 미국에서 1위를 한 포드 F150은 화물차니까 이걸 제외하면 나머지 9개국 베스트셀링카는 모두 소형 세단과 해치백이었습니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가 단종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씨가 말라버린 차급인데요.

연간 자동차 생산량,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큰 일본과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일본 베스트셀링카는 15만1766대를 기록한 토요타 야리스, 독일은 13만6324대를 기록한 폭스바겐 골프, 프랑스에서는 푸조 208이 9만7296대로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차들 모두 1.2ℓ에서 2.0ℓ 사이 소배기량 엔진을 탑재한 소형차이거나 해치백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1.6ℓ 엔진을 올린 소형 세단 닛산 실피가 54만947대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인도에서 1위를 차지한 마루타 스즈키 스위피티, 브라질 오닉스, 러시아 아브토바즈 라다 그란타, 멕시코 닛산 베르사 모두 짜 맞춘 것처럼 아주 작은 차들입니다.

이쯤 되면 뭔가 또 특이한 것이 보이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SUV 열풍이 불었다고 하는데 단 한 곳에서도 1위를 하지 못했습니다. 포드 F 150은 픽업트럭이니까요.

또 하나, 우리나라 내수 규모가 세계 10위권 밖인데도 각 나라별 1위차 판매 대수 순위에서 현대차 그랜저는 14만5463대로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역시 미스테리한 일이죠. 물론 미국이나 중국, 유럽에서는 그랜저 보다 더 많이 팔린 모델이 즐비하긴 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그랜저 인기가 많은 것일까요. 여러 얘기,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 씀씀이가 커지면서 소위 국민차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국민차를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라며 "그랜저가 워낙 잘 만든차인 것도 있지만 디자인, 상품성, 가격, 완성도 모든 면에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쏘나타가 성공을 상징했다면 경제나 삶의 질이 풍족해지면서 그랜저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라며 "이는 아직도 자동차를 모빌리티 개념보다 부의 과시나 대외적 이미지를 관리하는 주요 수단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SUV가 나오고 전체 판매량이 추월해도 그 고점에 세단이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것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이야 그렇다 쳐도 대부분 소형 해치백을 선호하는 유럽의 실용적 선택과 소비는 최근 몇 년간 더 강해지고 있는데요. 전기차 역시 대안이 없었을 때 테슬라 모델 3가 판을 쳤지만 폭스바겐과 르노, 푸조 등이 작고 싼 모델을 내놓으면서 판세가 뒤집어진 것도 같은 이유로 보입니다. 표에는 빠져 있지만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도 소형 해치백 포드 피에스타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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