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살리기, 이도 저도 안되면 '메이드 인 코리아 중국차'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1.10 08:51
  • 수정 2021.01.10 08:58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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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동차 산업이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작년 내수는 다른 국가 대비 매우 좋았고 수출은 유럽과 미국 코로나 팬데믹으로 줄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다른 국가 대비 그나마 매우 긍정적인 실적을 거둔 것이다. 국내 판매도 정부 개별소비세 인하가 지속하고 경쟁력 있는 신차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극복으로 후반기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가능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19가 언제 진정될 것인지,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활성화 여부 등 여러 불안 요인이 있지만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쌍용차다. 쌍용차는 중장기가 아닌 당장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다. 작년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자정적인 구조조정 기간 3개월 동안 오는 2월까지 투자자 또는 인도 마힌드라의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

작년 여름부터 투자자로 언급되던 미국 자동차 유통회사 HAAH오토모티브는 아직 유의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마힌드라가 지분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해외 회사 지분을 25% 이상 감자하는 것은 인도법에 어긋나 투자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 쌍용차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움직임은 아무것도 없는 실정이다. 

쌍용차는 살아날 수 있을까? 우선은 쌍용차 미래가치가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SUV로 차종이 한정돼 있고 사라져가는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차종이 많으며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원천기술도 약해 투자 관심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혹여 청산 가치가 미래가치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중국 상하이자동차 인수와 기술 유출, 먹튀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2009년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됐으나 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차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받지 못하면서 다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고 새 투자자를 찾고 있다.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완성차는 물론 협력사 10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쌍용차가 다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모기업 마힌드라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마힌드라가 직접 투자하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누구도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 모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하기도 힘들다. 지분 하나 없는 민간 기업에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할 명분도 많지 않다. 다른 민간 기업과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모기업 투자 향방에 따라 정부가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답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을 통한 국유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따라서 성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현대차 인수 얘기도 나왔지만 더욱더 실현 가능성은 없다. 현대차 그룹 생산 능력은 이미 충분하고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완성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보다 해외에 초점이 맞춰야 한다. 노동자 프랜들리 정책을 지향하는 정부 성향으로 봐도 현대차 그룹 인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보다는 정부가 쌍용차 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더 높다.              

위탁 생산에 대한 언급도 있으나 이 또한 쉽지 않다. 위탁생산은 다른 공장 대비 상당한 경쟁력이 필요하다. 우선 연봉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 조정하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다. 연봉 삭감으로 생산단가를 내리고 품질을 최고 수준으로 올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최근 미·중 간 무역전쟁이 바이든 정부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국 업체가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쌍용차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쌍용차를 통한 위탁생산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 중국차로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리자동차나 BYD 등 중국 토종기업에 관심이 가능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HAAH도 뒷배경에 중국 토종기업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쌍용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사 안정화, 신차 한두 기종이 당장 절실하다. 동시에 국내 잉여 자산 처리와 모기업이든 신규든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보고 정부가 가능한 지원을 한다면 쌍용차는 살아날 수 있다. 최근 마힌드라가 지분 30%만 보유하고 대주주와 경영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찾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향후 3년간 5000억 원이라는 자금이 당장 필요하고 1조 원 이상을 투입해도 생존이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쌍용차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쉽지 않지만 여러 가지 대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시에 잘못하면 생명만 연장하는 좀비기업이 될 수 있다는 시장 논리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도 당장은 투자처를 찾아 숨통을 여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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