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비스 불편하고 비싸도 좋다는데 '수입 타이어' 쓰지 말라니

  • 입력 2021.01.07 14: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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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8개 국내 타이어 제조 업체를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다. 타이어산업 발전, 회원사 공동 이익 등 일반적인 사업자 단체와 사업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이 협회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가 "국산 고급차에 국산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다.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차 OE(Original Equipment) 타이어로 공급되는 미쉐린 같은 수입산 대신 한국타이어 또는 금호타이어와 같은 국산 타이어가 사용될 수 있게 정부가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협회는 수입 타이어가 국산보다 30% 이상 비싸고 애프터 서비스도 불편하다, 그러니까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사업 목적 '회원사 공동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자기네 타이어를 써 달라는 요청을 비즈니스 상대가 아닌 정부 부처를 찾아 한 것도 그렇고 산자부가 이 내용을 현대차에 전달했다는 것도 황당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우 불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입 타이어는 비싸고 서비스도 불편"하다는 협회 우려에도 많은 소비자는 형편이 되거나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수입산을 장착하는 싶어 한다. 고급차, 대형차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하다. 차종이나 차급을 구분하지 않고 국산 타이어가 장착된 신차를 출고하자마자 가장 먼저 수입 타이어로 교체하는 소비자도 제법 많다.

타이어는 자동차 주행 감성, 승차감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고급차, 고성능차일 수록 타이어 성능이 중요하다. 국산 타이어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그 차이를 안다. 그래서 신차에 달린 멀쩡한 국산 타이어를 떼어 내고 수입 타이어를 장착한다. 이런 추세가 고급차나 고성능차로 끝나는 게 아니다. 준대형에서 지금은 중형차까지 수입 타이어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기관 또는 매체 타이어 비교 테스트가 자주 있다. 지난해 실시된 여러 곳 타이어 비교 테스트 결과를 보면 상위권 목록은 대부분 미쉐린, 브릿지스톤, 콘티넨털 같은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일반 타이어 부문은 간혹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지만 고성능, 전지형, 여름용, 겨울용, 사륜구동용과 같이 뭔가 특별한 용도로 쓰이는 타이어 테스트 목록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 타이어 품질은 건조하거나 젖은 도로, 눈이나 결빙된 도로, 노면 접지력과 승차감, 마모되는 정도, 소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맞는 가격으로 좋고 나쁘고가 결정된다. 국산 타이어를 대표하는 한국, 금호, 넥센 타이어가 평가 항목 중에서 좋은 평가를 얻는 부분도 있지만 종합적인 성능 평가에서 아직은 수입산 타이어보다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인 고성능, 고급차 대부분은 국산이나 수입산을 가리지 않고 자사 차량 성능이나 특성을 100% 수용할 수 있는 타이어를 선택한다. 제 아무리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고 엄청난 승차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차도 타이어와 궁합이 맞지 않으면 그저 그런 차로 전락한다. 그래서 완성차 업체는 신차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타이어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한다.

국산 타이어가 국산 고급차에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그런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거나 그럴 능력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30%나 저렴한 타이어를 완성차 업체가 거부할 리 없고 소비자 역시 실제 서비스가 형편없는 수입 타이어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 "품질 문제로 외면당하고 있으면 먼저 반성하고 경쟁력을 키워야지 로비로 해결하려는 의식구조부터 바꾸라"는 댓글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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