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혁명적 변화의 시점, 이제 자동차는 '전기차가 승부 가를 것'

  • 입력 2020.12.29 12:00
  • 수정 2020.12.30 11: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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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띠 해, 경자년(更子年)은 암울했다. 감염자와 사망자 등 두려운 코로나 19 통계 수치가 매일 들렸고 직장 해고, 자영업자 도산, 예년 같았으면 흥청거렸던 세밑에도 썰렁한 거리 풍경이 뉴스를 뒤덮었다. 모르는 사람과 뒤섞여 덕담을 주고받던 해넘이, 해돋이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자동차 산업 피해는 컸다. 독일 시장조사 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는 올해 북미 판매량 감소율이 19%, 유럽은 20%, 중국은 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역시 23% 감소한 70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빅3 시장 판매량 감소로 수출 또 해외 생산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자동차 산업은 역대급 부진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내수 판매량은 160만대를 넘기며 전년 대비 약 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생산차 수출은 2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해외 생산차를 합친 우리 메이커 해외 판매량 감소율은 이보다 높다.

흰 소의 해 신축년(辛丑年) 전망도 어두운 통계들이 많다. 역대급 부진에 빠졌던 올해 기저 효과로 증가는 하겠지만 10%가량 늘어난 7700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자동차 판매량이 2017년 8180만대를 기록한 이후 2018년 8060만대, 2019년 7750만대로 떨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2020년은 노후차 교체 주기, 신흥 경제국 수요 증가와 맞물려 8000만대 수준 회복이 기대됐던 해였다.

백신이며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 19 확산세가 꺾인다고 해도 내년 자동차 산업은 이전에 없었던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강력한 환경 규제다. 유럽은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기준을 ㎞당 130g에서 95g으로 강화한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g당 벌금 95유로(약 12만원)를 내야 한다.

업체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부담해야 할 벌금이 수조 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내연 기관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치를 느슨하게 풀었던 미국도 바이든 당선인이 다시 고삐를 죌 전망이다. 제6단계(6a) 자동차 오염물 배출 기준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도 내년 7월 이후 생산, 수입, 판매, 등록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 기준도 차종별, 배기 오염물 종류에 따라 많게는 90% 이상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입법 예고된 ‘자동차 평균 에너지소비효율·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승용차 기준 CO2 배출량을 30% 낮추거나 평균 연비를 36% 이상 높여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10인승 이하 승용차 또는 승합차는 CO2 배출량이 70g/㎞ 이하이거나 연비는 33.1㎞/ℓ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은 CO2 배출량 97g/㎞, 평균 연비는 24.3㎞/ℓ 그리고 친환경 차량에 가중치를 주는 방식이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엄청난 과징금을 내 거나 규제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탈(脫)내연기관, 그래서 2021년은 자동차 산업에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같은 어정쩡한 전동화가 아닌 순수 전기차,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와 같은 신 모빌리티로 대체되는 원년이다. 전기차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봤던 전망도 수정해야 한다.

2010년 2만여대에 불과했던 전기차는 2019년 220만대를 기록했고 모든 자동차가 극도로 부진했던 올해 250만대 이상이 팔릴 전망이다. 2025년 전 세계 신차 판매량 가운데 10%, 2030년 28%, 2040년에는 58%를 전기차가 차지하면서 전 세계 14억대 차량 10대 가운데 3대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GM 메리 바라 CEO는 "전기차보다 자율주행차가 먼저 올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환경 규제 강화, 이에 대응한 대량 생산업체들이 전기차에 주력하면서 다른 양상으로 가고 있다. GM은 물론, 폭스바겐, 현대차 등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제작사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2021년 내연기관차 종식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보는 이유다. 따라서 2021년은 우리나라든 세계든 자동차 몇몇은 사라지거나 뒤처지는 잔인한 해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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