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0 #8] 벤츠도 하는 중고차 사업 '현대차, 상생이 이렇게 어렵나'

  • 입력 2020.12.28 09:48
  • 수정 2020.12.28 09:5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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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연간 거래되는 중고차는 당사자 거래를 포함하면 약 300만 건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 예상치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약 260만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중고차 매매업체는 약 5000개, 종사원 수는 3만5000여 명이다. 중고차 거래 건수가 신차를 두 배 이상 압도하고 있고 대기업 직영 업체가 늘고 수입차를 중심으로 활성화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나아지고는 있지만 시장은 후진국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위, 낚시, 뜯풀, 조폭과 다르지 않은 행태로 중고차 시장 90%를 차지하는 '자동차매매사업자'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우선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그리고 이런저런 시민단체에 접수되는 중고차 거래 관련 피해 접수 건수는 연간 수만 건이다. 낚시 매물에 속아 엉뚱한 차를 비싸게 구매했고 성능 및 상태 점검 내용과 전혀 다른 차가 많았고 사고나 침수로 전손 처리된 차를 구매한 사례도 많았다.

조금 더 믿을 수 있는 대기업 직영 사업장이나 인증 중고차로 수요가 몰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기업 직영 업체도 상당수 매물을 일반 매매사업자에 의존하고 있고 인증 중고차 거래 대부분은 수입차에 쏠려 있어 이 같은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는 정직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부 중고 사업자가 벌이는 일탈 얘기가 끊임없이 전해져도 중고차 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중고차가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이후 일부 완성차 업체가 사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올 한해 매매사업자들은 극렬한 반대를 이어왔다. 특히 현대차가 지난 10월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매매 사업자 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 운동이 연일 벌이고 있다. 자동차 매매사업들은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 시장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을 들어 현대차와 같은 국내 완성차 인증 중고차 진출을 강하게 반대했다. 30만 영세 사업자 생계를 위협한다며 시위와 공청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해왔다.

반면 완성차 업계는 "해외 주요 선진국은 완성차 인증 중고차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라며 "혹시 있을 수 있는 안전, 품질 문제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해결책과 피해 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거래 규모는 연간 30조원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대차가 미래 전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공유 서비스, 구독형 서비스 등에서 나오는 중고차 매물을 재활용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수익 사업이 필요해진 것도 있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 연간 신차 판매량보다 실적이 좋은 벤츠나 BMW도 가능한 인증 중고차 사업을 국내 완성차에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신차 판매사 직영 중고차 사업은 2003년 크라이슬러가 처음 시작했다. 판매사가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후 BMW, 벤츠, 렉서스, 폭스바겐은 물론 람보르기니와 같은 수퍼카 브랜드도 진출해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제조사이자 판매사인 현대차는 그러나 중고차가 생계형 업종으로 지정돼 이 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올해 초 동반성장위원회 중고차 업종 재지정이 무산되면서 현대차 진출이 곧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완성차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허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매물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신차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가 진출하면 영세 사업자 연쇄 도산이 뻔하고 따라서 상생이 아닌 종속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중고차 업계 반발에 중기부는 직접 매매가 아닌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제한해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도 독과점을 막기 위해 매물 기준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양쪽 의견이 어느 정도는 모이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가 올 한해 지루한 싸움을 벌여왔지만 소비자 선택권, 피해 구제, 신뢰 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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