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로 불붙은 미래차 주도권 '완성차 제조사 vs 알고리즘' 경쟁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12.27 09:19
  • 수정 2020.12.27 09:26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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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오는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 계획을 밝혔다. 애플카는 자체 배터리와 모듈 형태로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2014년 시작된 애플 프로젝트‘ 타이탄’ 실체가 등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애플 발표는 여러 시사점을 던져줬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전기차가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전 세계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원조다. 인류 생활사에서 가장 폭발적인 변화를 끌어낸 제품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다음 세계로 이끌 모델이 바로 모빌리티 혁명인 ‘자율주행 전기차’다. 따라서 애플 발표는 이런 신세계를 여는 두 번째 혁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생활공간’ 심지어 ‘바퀴 달린 휴대폰’ 개념으로 확장하는 세상이 열리게 됐다.

이번 발표로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자. 우선 전기차 제조상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차는 약 3만개에 달하는 부품으로 조립되기 때문에 전용 플랫폼 개발과 생산 능력을 가진 제작사가 아니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전기차는 부품 수가 절반 정도고 모듈화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초등학생도 배터리와 모터, 바퀴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애플은 조립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이폰과 같이 핵심 노하우를 기반으로 외주를 주는 것처럼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핵심 플랫폼을 조성하고 이를 하청 주거나 핵심 부품과 모듈을 구성해 직접 공장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 상황이 조성되면 전기차 및 자율주행 관련 부품이나 모듈을 제공하는 전문 부품사도 등장할 것이다. 

자동차 전문회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목적에 맞게 전기차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테슬라 등 제작사 배터리 자체 생산 범용화나 LG 에너지 솔루션도 직접 전기차를 생산 판매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고속 전기차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모빌리티나 퍼스널 모빌리티는 물론 전기 이륜차까지 다양한 형태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그만큼 지금 자동차 제작사 영역은 무너지고 생존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애플은 이번 발표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아닌 중국식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고 무겁다는 단점은 있으나 열에 대한 저항이 커서 화재 등 안전성이 높다. 애플은 외부 파우치 등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고 모듈 개념으로 한 통으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배터리 설계로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 자율주행 기능은 레벨3에 머물고 있지만 2024년 정도에는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예상할 수 있고 속도를 늦춘 공유형 자율주행 기술 정도는 완성도 높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한계점을 완전히 털고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는 전략이다.

애플이 서둘러 전기 자율주행차 계획을 발표한 배경은 시장을 선점하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예전과 달리 시장이 급변하고 있고 모빌리티 개념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애플 강점인 모빌리티 신경망인 알고리즘, 특히 인공지능을 주도해 미래형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선취하겠다는 의도도 크다고 하겠다. 

미래 모빌리티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를 움직이고 주도하는 알고리즘이 지배하게 된다. 애플은 이러한 점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애플 전략이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누가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할지 주인공을 예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따라서 기존 완성차 업체, 자동차용 주문형 반도체 설계 기업, 알고리즘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계획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산업 미래 10년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변할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국가 경제 주축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이 더욱 냉철하게 판단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더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객관적으로 현명하고 냉철하게 내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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