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V70 3.5 터보' 저렴할 이유가 없는 고성능 SUV

  • 입력 2020.12.17 08:00
  • 수정 2020.12.17 08: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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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가 가격을 공개하기 직전 GV70 3.5 터보를 시승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승차는 기본 가격 5830 만원, 여기에 시그니처 디자인 컬렉션2,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2, 아웃도어 패키지와 같은 모든 옵션이 적용된 7220만원 짜리였다. 비싸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영리하게 고를 것을 고르고 버릴 것을 버리면 가격이 확 내려간다.

제네시스는 2.5 터보에 AWD(300만원), 19인치 휠&타이어(70만원), 시그니쳐 디자인 셀렉션1(170만원), 헤드업 디스플레이, 하이테크 패키지 등이 포함된 파퓰러 패키지1(420만원) 등 선호 사양을 추가하면 5840만원이라고 계산했다. 2.2 디젤로 같은 사양을 적용하면 6090만원이다. 수입차와 차이가 크지는 않다.

제네시스 관계자에게 이런 얘기를 하자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가릴 것 없이 무조건 싸야 할 이유가 있냐"라고 반문했다.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가치, 적용된 첨단 사양 가치 그리고 퍼포먼스에서 꿀릴 것이 없다는 의미이지만 이 관계자는 "퍼포먼스 감성뿐만 아니라 고급차에 필수 사양인 첨단 안전장치나 커넥티드 사양은 그들 수입차보다 월등하다"라고 자신했다.

짧고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제네시스 5번째 라인업 GV70 시승은 그런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확인할 수 기회였다. 디자인, 실내 구성은 호불호가 있겠지만 적어도 달리는 맛, 능력은 그 관계자가 얘기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뛰어났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GV70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GV70 3.5 터보 최고출력은 380마력, 최대 토크는 54.0kgf.m이다. 경쟁차로 지목되는 벤츠 GLC, BMW X3에 동급 배기량을 탑재한 가솔린 모델은 없지만 위, 아랫급과 비교해도 엔진 스펙이 뒤지지 않는다. 2.0 싱글 터보를 올린 BMW xDrive 20i 가격은 6410만원부터 시작한다. 배기량, 출력과 토크가 비슷한 퍼포먼스 라인 M 40i xDrive는 8910만원이다.

가격대, 스펙 이상으로 인상적인 것은 토크 밴드다. 1300rpm에서 시작하는 최대 토크가 4500rpm까지 이어진다. 기본 스로틀을 조금만 넘기면 박차고 나가는 비결이다. 풀 스로틀을 하면 튕기듯 힘을 내고 여기에 런치 컨트롤을 쓰면 기가 막힌 가속력을 보여준다. 공차중량(1995kg/21인치 타이어)이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더 쫀득한 맛이 난다.

마력당 중량비가 5.25g/ps로 1마력이 감당하는 차체 무게가 그만큼 가볍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5.1초다. 포르쉐 마칸은 4.9초다. 짧은 시간 시승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도 이 가속력이었다. 6기통이 주는 질감도 인상적이다. 인젝션이 실린더 중앙에 있고 수랭식 인터쿨러를 적용해 퍼포먼스 감성을 높여 놨다. 기통 수가 넉넉하고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 R-MDPS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이 맞물려 주행 질감, 조향감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이 없다.

게다가 조용하다. 엔진룸, 휠하우스, 문에 매우 적극적인 N.V.H 대책을 적용했고 윈드실드와 1열과 2열 창문까지 이중접합차음유리를 적용한 효과다. 실내에서 들리는 묵직한 배기음은 가상 소리지만 그렇게 강렬하지는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너무 수더분했다. 조금 거칠더라도 뚜렷한 차이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험하게 다뤄도 잘 따라준다. 노면 상태나 주행 상황에 맞춰서 좌우 휠 디퍼런셜, 트랙션 같은 걸 제어해 주는 전자식 차동제한 장치가 급선회를 해도 차체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고 전방 노면 상태를 미리 인식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제어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기분 좋은 운전을 돕는다. 승차감 전체로 봤을 때, 퍼포먼스 감성과 함께 나무랄 데가 없다.

일반적인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커스텀, 스포츠로 구성돼 있다. 스노우, 샌드, 머드 노면에 대응하는 터레인 모드도 있다. 후륜 기반 사륜구동인 데다 스노우 모드로 설정하면 눈길이 두렵지 않다. 일부러 찾아 들어간 눈길에서 직접 경험한 일이다. 

안전 사양도 잘 갖춰놨다. 8개 에어백이 있고 ADAS 시스템에는 도로 표지판을 인식해 제한 속도를 제어하는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전방 주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와 메시지로 경고해주는 전방 주시 경고(FAW)가 추가됐다. 이전 버전에서 불안하게 생각했던 것들도 개선이 됐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하고 저속 주행할 때 끼어드는 차량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차로 변경도 까다롭지 않게 해준다.

운전하면서 시각적으로 가장 큰 만족감을 준 것은 헤드업 디스플레이다. 크기도 크지만 주행 속도, 목적지, 다음 변경지, 차로 유지 상황 그리고 운전자가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각종 도로 표지판까지 보여준다. 운전하면서 시선 분산, 주의력을 잃을 염려가 없었다. 여기에 후측방 사각지대 정보까지 담아 준다면 더 만족스러울 수 있겠다.

GV70에 적용된 기술적 사양이나 디자인 특성 같은 것들은 앞서 여러 차례 소개가 됐기 때문에 생략한다. 다만 제네시스 엠블럼을 형상화한 곳곳의 디자인, 쿠페형 SUV 같은 루프라인, C필러 크롬 라인은 외관 전체 특징을 보여주는 포인트로 말하고 싶다. 항공기 날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실내, 클러스터 베젤과 도어 암레스트까지 싸고도는 은은한 조명, 다이얼 변속기를 사용하고 대부분 기능 버튼을 터치패널에 배치해 깔끔해진 실내도 돋보였다.

이 밖에 스티어링 휠 잡는 느낌이 좋았고 무엇보다 시트가 탁월했다. 18개 방향 조절이 가능한 에르고 모션 시트에는 쿠션 부에 상하로 움직이는 공기주머니가 있어 몸이 닿는 곳 느낌이 매우 좋았다. 주행모드나 속도에 맞춰 지지력까지 조절해 주기 때문에 늘 쾌적한 상태로 운전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2열이 지나치게 높아서 어정쩡한 자세가 나온다는 것, 의외로 트렁크 공간이 작은 것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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