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은 '무시동 히터' 차박 열풍에 석유 난로 불티, 안전 규제 시급

  • 입력 2020.12.15 10:02
  • 수정 2020.12.15 10:0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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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자동차를 이용한 숙박)이 대중화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캠핑용으로 개조한 대형 버스에서 잠을 자던 고교 동창 4명 가운데 1명이 일사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동을 걸어야 하는 자동차 히터 대신 별개로 설치한 보일러 방식 '무시동 히터'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시동 히터는 차 연료를 직접 사용하거나 전기로 소형 보일러를 이용해 실내 공기를 높이는 용품이다. 무시동 히터는 간단한 원리로 작동하지만 전문 장비가 필요하고 연료 탱크에 호스를 연결해 취유를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온기를 공급하기 위해 차체 일부를 변경하는데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 설치 등 전문적이고 복잡한 작업을 거쳐야 한다.

특히 안전을 위해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외부로 배출될 수 있게 하고 감지기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무시동 히터에 관한 별도 안전 규제가 없고 셀프 설치를 하는 일도 많아 언제든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는 무시동 히터를 전문 업소를 이용하지 않아도 개인이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제품을 홍보하는 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시동 히터를 개인이 설치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일부 해외 제품은 100만원 가량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셀프 설치를 하는 일도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시동 히터는 복잡한 배선 작업과 연료 계통을 거쳐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가에게 작업을 맡겨야 하고 일산화탄소 감지기 등 안전 장비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무시동 히터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찔한 모습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차박 현장에서는 무시동 히터를 차량 외부에 설치하고 호스를 자동차 실내에 직접 연결하거나 석유 난로를 텐트나 자동차 실내에서 사용하는 아찔한 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석유 난로를 구매하기 위해 수개월을 대기하는 일도 있고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무시동 히터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더 심화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무시동 히터를 전문가에게 맡겨 안전하게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석유 난로와 같은 난방기를 밀폐된 텐트나 차량 내부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저가 무시동 히터는 대부분 직류 42V 이하 저전압 제품으로 안전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셀프 설치를 하는 일도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증한 글램핑 난방 방식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업계는 따라서 무시동 히터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무분별한 설치를 규제할 수 있는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고농도 일산화탄소에 20분만 노출이 돼도 두통과 구토를 일으키고 2시간 이상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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