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프링이 무슨 죄, 메뉴얼 조차 없는 후진국형 화물 적재가 주범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11.29 06:09
  • 수정 2020.11.29 06:10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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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통안전은 예전과 달리 많은 발전을 이루어 선진형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교통사고 등은 순위가 낮은 측에 속하지만 그래도 예전과 비교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연간 4000명대에서 최근 2000명 대로 감소했다.

아직 사각지대는 남아있다. 강화된 음주운전도 반복적인 재범자가 많기도 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가중 처벌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문제도 지난 3년간 제대로 조치를 못해 아직도 법규 하나 못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선진국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또 하나 후진적인 시스템으로 국민들이 고통과 공포감이 있는 사항이 있다. 바로 화물차에 사용하는 판스프링이다. 판스프링은 화물차 후륜 진동을 잡아주는 현가장치 부품으로 적재함 옆 지지대로 사용하다 도로에 떨어져 흉기가 되고 이다. 

바닥에 떨어진 판스프링이 다른 차량에 튕기면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여러 번 있었다. 화물차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은 판스프링 뿐만 아니라 다른 쇠붙이도 많고 심지어 적재함 물품도 있다. 낙하물 사고가 연간 수천 건에 달하지만 가해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낙하물 사고와 이로 인한 사망자 발생 등 사회적 후유증이 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등 관련 기관에서 전국 현장 단속을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회의적인 부분이 많다.

그 많은 낙하물 중 판스프링만을 단속하는 것도 우습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겉 치례에 불과한 절차만 진행한다는 느낌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낙하물 사고로 인한 교통사고는 판스프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지금과 같이 화물차 적재함 높이를 지지하는 다른 쇠붙이 물건을 사용할 것이고 그때 가서 다시 해당 물품을 단속하는 어이없는 과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낙하물 사고를 근본적인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낙하물이 떨어지면 당연히 사고는 누군가 발생하고 인명사고도 발생한다. 따라서 낙하물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 일본 등 선진국은 화물차 적재함에서 떨어질 수 있는 물건은 우리와 같이 적재 벽을 높이고 끈으로 묶는 형태가 아니라 아예 폐쇄된 컨테이너 박스 형태로 운송해야 한다.

이삿짐도 그렇고 모래나 자갈 등도 당연히 폐쇄된 적재함에 넣어야 한다. 외부로 떨어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도로에서 화물차를 두렵게 바라볼 이유를 남겨 두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화물차는 아예 간격을 두거나 추월해 가능한 한 멀리 두려고 한다. 낙하물에 대한 공포감이 커서다.

선진국은 또 화물 운수회사는 별도로 화물 적재를 위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초보 운전자는 철저한 안전교육과 함께 적재 화물에 따른 안전한 적재 요령을 배운다. 철저한 사전 교육과 매뉴얼로 낙하물 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특수한 물품이나 위험한 화물은 앞뒤에 호위 차량이 따라붙어 혹시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우리는 화물 적재에 대한 기본 교육은 물론이고 모래나 자갈 등이 뒤따르는 차량에 피해를 주는 일도 다반사다. 다른 운전자가 조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놔두고 떨어지는 낙하물만 쳐다보고 단속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따라서 화물 종사자는 매뉴얼을 통해 규정된 적재 요령을 따르고 안전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규정이 필요하다. 운전자가 조심해야 할 것도 있지만 화물차 판스프링을 단속하기에 앞서 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할 수 있는 일에 고민하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 판스프링 문제가 아니고 화물차 적재 방법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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