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자동차 '합병ㆍ분할ㆍ폐쇄ㆍ매각' 극단적 생존 전략

  • 입력 2020.11.18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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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산이 동맹 미쓰비시를 버릴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앞서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닛산이 보유하고 있는 미쓰비시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닛산이 코로나 19 확산, 카를로스 곤 전 회장 구속과 도주 등에 판매 감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쓰비시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닛산은 부인하고 있지만 미쓰비시 실적이 악화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르노와 함께 하는 동맹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누구 사정을 봐줄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동맹을 자랑한 르노ㆍ닛산ㆍ미쓰미시 얼라이언스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별개로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미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일부 럭셔리 브랜드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닛산과 혼다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생뚱맞은 얘기도 나왔다. 푸조 시트로엥(PSA)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이미 합병 법인이 출범했다. 경쟁 관계였던 적을 동지로 만들어 합작과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거들떠도 안봤던 스타트업, 벤처에 거액을 투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어려워진 자동차 업계가 생존 전략으로 합병과 분할, 폐쇄 등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뭐가 두려워서 일까? 시장 예측 전문 기관들은 올해 자동차 시장을 최악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9년 6200만대로 저점을 찍은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18년 7890만대로 고점에 도달했다. 2019년 7490만대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올해 8000만대까지 예상됐던 자동차 수요는 최근 10년 이래 가장 낮은 저점을 찍을 것이 확실하다. 

유럽 최대 통계 포탈 스타티스타(Statista)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을 올해 예상치 8000만대에 턱없이 부족한 6190만대로 전망했다. 연초 경제활동이 사실상 봉쇄됐던 중국과 감염자가 빠르게 증가한 유럽 자동차 수요 감소가 결정타였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 19가 진정된다고 해도 2021년 전망 역시 어둡다. 스타티스타는 내년 자동차 판매량이 올해보다 조금 나아지겠지만 6810만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19보다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더 두려워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면 내연기관차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된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내연기관차가 이 기준치 이하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델은 아직 없다. 유럽은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로 제한하고 초과량에 1g당 벌금 95유로(한화 약 13만원)를 부과한다.

또 팔아서 남긴 돈 이상으로 벌금을 내고 탄소 크레딧을 사들여야 한다. 이게 만만치가 않다. 영국 PA 컨설팅에 따르면  유럽 상위 13개 브랜드가 2021년 CO2 배출량 초과분에 대한 벌금으로 145억 유로(한화 약 18조 원)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45억 유로(약 6조원), 현대차는 약 3조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내연기관차를 더는 만들지도 팔지도 않겠다는 완성차 브랜드가 표면적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보이겠지만 이건 선택 여지가 없다. 전기차를 만들어 팔지 못하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개발하고 생산 시설을 바꾸고 인프라를 갖추는 데 막대한 돈이 필요해졌다. 서로 합쳐 친환경차 기술을 공유해 비용을 줄이고 내연기관차 말고는 대안이 없는 슈퍼카나 럭셔리카 브랜드를 처분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설을 폐쇄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체 간 합병과 분할로 새 판이 짜지는 것도 있겠지만 브랜드별 순위, 영향력, 주도권 등을 둘러싼 희비도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어느 곳보다 선도적으로 전기차에 주력해 온 폭스바겐과 GM이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 소홀했고 따라서 아직 변변한 모델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는 토요타를 완벽하게 따 돌리고 세계 최강 브랜드 자리를 다툴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현대차 그룹이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하는 모델을 쏟아내면 토요타와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합병과 분할, 폐쇄와 매각 등 극단적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것도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급격한 수요 감소와 맞물려 강력한 환경 규제에 따른 대응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국산'이 없도록 단단히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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