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자동차 빼고 로고 바꾼다는데 왜 노조가 반대하나

  • 입력 2020.11.13 08:46
  • 수정 2020.11.13 09: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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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아차는 이미 로고 변경 작업도 벌이고 있다. 1944년 경성정공으로 출발한 기아차가 지금 사용하는 로고는 네 번째, 바꾸면 다섯 번째다. 보통은 기존 것을 다듬는데 기아차 로고는 유독 완전변경으로 세대를 이어왔다. 삼각자, 한글 초성과 바퀴를 형상화하고 힘찬 깃발인데도 연기 나는 굴뚝으로 더 잘 알려진 것에 이어 지금으로 이어졌다.

현재 로고는 1994년 변경된 것을 살짝 변형한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 로고 가운데 사명만으로 만들어진 사례는 많지가 않다. 포드, GMC, 랜드로버, 부가티, 피아트 등이 그렇고 사명을 형상화하거나 병행돼 표시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금 쓰고 있는 기아차 로고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 생각은 달랐다. 기아차는 로고가 쌍용차 것만 못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많은 소비자는 굳이 돈까지 써가며 '사제 로고'를 달았다. 로고를 아예 가려 버릴 수 있는 용품도 시중에서 판매됐다. 기아차 내부에서도 소비자 거부감이 크다며 교체 요구가 있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해도 누구도 그럴 생각은 없다고 얘기했다.

기아차 로고 교체가 가시화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모터쇼 등에 등장하는 콘셉트카에 일부 부착됐던 로고들이 지난해 8월 상표 등록 출원을 신청하고 일부 임원 입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아차는 현재 사명 기아자동차를 '기아'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명과 로고 교체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알리는 것 역시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된다. 이런 부담에도 기아차가 사명과 로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자동차만 만드는 제조사 이미지를 벗고 미래 종합 모빌리티 전문 기업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K7 풀체인지 동호회

박한우 사장이 밝혀왔던 '근본적 혁신'에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 방향성, 고객 등 전 부문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자동차를 제조하고 파는 것만이 아니라 공유하고 구독하고 퍼스널 모빌리티, 비행차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고객을 대하는 인식을 바꾸는 한편,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명과 로고를 모두 바꿔버리겠다는 의미였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사명과 로고 교체 여부를 묻는 말에 명확하게 아니라고 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 소셜미디어에는 내년 출시되는 신차 부품에 새로운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 사진들이 나돌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차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일반 차까지 폭넓게 전면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노조가 사명 변경 반대를 하고 나섰다.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빼는 것을 두고 "미래차 전략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 "현대차는 두고 왜 기아차만"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에서 직원들이 가진 자부심과 긍지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나왔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미래 종합 모빌리티 전략과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명을 변경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동차 제조사라는 의미가 강한 지금 사명보다는 '기아(KIA)'가 전달하는 의미가 더 폭넓은 것은 매우 상식적이다. 노조가 사소한 경영에도 참견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한 회사 경영 전략에 몽니를 부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현대차도 동결로 마무리한 올해 임금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무슨 명분이 있든 미래를 보고 혁신을 하자는데 왜 노조가 반대하고 나서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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