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전기차 충전기, 확충보다 올바른 관리와 이용자 인식 절실

  • 입력 2020.10.14 08:00
  • 수정 2020.10.14 09: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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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서울~부산을 왕복했을 때 겪은 일이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금강휴게소 충전기는 하라는 대로 하는데도 몇 번을 시도하고 나서야 겨우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처음 충전기는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나면 초기화면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옆 충전기로 자리를 옮겼지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슨 오류, 전송이 안 된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다시 이전 충전기를 만져 봤더니 제대로다. 이렇게 허비한 시간이 거짓말 하나 안 보태 30분이나 됐다. 충전하는 동안 옆 충전기에 다른 전기차가 왔다. 그러나 이 전기차는 충전을 포기했다. 이 전기차 차주는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충전이 급한데 이런 상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지에 가서 충전하면 된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했다. 그때 마침 충전기 제조사 직원이 전기차를 몰고 왔다. 그는 "아직 초기라 에러가 많은 편인데 통신 오류가 그중 심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 지하에 전기차 충전기 2개가 있다. 그러나 이 충전기는 매일 같은 전기차 2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퇴근 시간이 돼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날이 많다. 충전이 다 완료됐지만 그 자리를 전용 주차장같이 사용하고 있다. 전기차 시승 중 어느 휴게소에서 가득 충전된 전기차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핀잔만 들은 적도 있다.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 충전이 완료되면 문자를 통해 알려준다. 충전이 완료됐으니 다른 이용자를 위해 이동해 달라는 문자다. 1회 충전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하기도 하지만 역시 소용이 없다. 충전이 완료되고도 그 자리에 계속 버티고 있으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 16조 1항'에 의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해 준다.

그런데도 충전기가 있는 자리에서 충전이 끝났거나 정해져 있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버티는 전기차는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충전을 걸어 놓고 산행을 떠난 운전자 때문에 낭패를 겪은 일도 있다. 그때 그 차주는 "내려가려면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남은 주행거리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다행히 내리막길을 이용해 가까스로 충전기를 만났다.

전기차가 빠르게 늘면서 충전기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 전기차 충전기 수가 주유소보다 많은 5만기를 넘어섰다고 얘기하지만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면 단순한 숫자로 따질 일이 아니다. 국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50.1기에 불과하다. 미국이 185.3기, 영국이 318.5기, 독일이 230.4기인 것과 비교해 보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충전기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관리와 사용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충전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 주차장처럼 이용하는 알박기 얌체들, 관리 부실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망가진 충전기는 아무리 늘려도 소용이 없다.

충전이 완료된 전기차를 장시간 방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충전소 관련 민원 대부분이 장시간 충전이나 일반 차량 주차 또는 충전이 끝난 전기차를 그대로 세워 놓고 방치한 데서 나오고 있다. 사용자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더 강력하게 처벌하고 다른 이용자가 이런 얌체족을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만들고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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