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현대차는 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었을까
[시시콜콜] 현대차는 왜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었을까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0.10.12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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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영업사원마다 촘촘한 네트워크가 있다. 용품 가게, 보험, 캐피탈, 등록 등 신차 구매자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거나 부대 절차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저마다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 중 중고차 사업자와 관계가 돈독하다. 생애 첫차를 구매한다면 몰라도 대부분은 타던 차를 처분해 신차 구매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비싼 값에 중고차를 처분해 주는 영업사원 능력은 무시하기 어려운 경쟁력이기도 하다. 동시에 신차 영업사원은 중고차 사업자가 양질의 상품을 매집하는 주요 통로이자 수단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중고차 유통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고차가 생계형 업종에서 제외되고 현대차가 진출을 선언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중고차 사업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기업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 신차를 팔면서 중고차까지 지배하게 되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이 늘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논란에 앞서 곱지 않은 시선에도 현대차가 왜 중고차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은 현대차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구독형 서비스 등 미래 사업이 중고차 사업 진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일정 기간 사용된 공유 차량과 구독에 사용된 차량은 중고차로 처분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현대차는 이런 차들을 중고차 사업자에게 맡겨야 한다. 공유 서비스 혹은 구독 서비스 사업이 어느 규모로 확장할 것인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현대차는 일반적인 것들보다 더 많은 중고차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닥쳐오고 있는데도 이런 사업에 사용한 차량을 재활용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사업을 벌일 수 없다.

당장은 아니어도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 사업 그리고 연간 200만대가 넘는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역할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직접 소유하기 보다 공유나 구독이라는 개념으로 전환되면 신차 판매 이상으로 이런 사업에 사용한 중고차를 관리하고 처분하는 일에 비중은 높아지게 된다. 

명분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부분 수입사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수많은 항목에 대해 품질을 검수하고 무상으로 보증까지 해주고 있어 인기가 좋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수입 브랜드 중고차 대부분은 이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생계형 업종으로 보호를 받으면서 대기업 진출이 막혀왔지만 연간 매출 규모나 판매 대수가 만만치 않은 수입차는 허용이 돼왔고 일부 대기업이 중고차 사업을 벌여왔지만 현대차는 발을 들이지 못했다. 형평성, 그리고 양질의 중고차를 원하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곁눈질을 하도록 빌미를 준  것도 업계다. 낚시 매물, 허위 매물, 범죄집단으로까지 몰리며 중고차 업계 스스로 초래한 결과로 봐야 한다. 침수나 사고로 전손 처리된 차량이 버젓이 매물로 나오고 주행거리를 조작하고 멋대로 연식을 바꾸고 성능을 과대 포장하는 행위로 소비자 불신을 사 왔기 때문이다.

당연해야 할 소비자 권리지만 규모가 있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사업자들도 이를 방관해왔다. 현대차는 따라서 소비자 불신이 극에 달해 있고 미래 사업에 대비한 지금을 중고차 사업 진출 적기로 보고 있다. 소비자 상당수가 현대차 중고차 사업 진출을 반기고 있다는 점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상생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같은 제조 및 판매사가 중고차 상품 인증을 하고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은 중고차 사업자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 중고차 성능 점검을 현대차가 직접 하고 인증한 제품을 팔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면 무분별한 거래로 인한 품질 저하, 소비자 불신이 사라지고 아울러 5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종사자 생계 걱정도 덜 수 있지 않을까. 수입사 인증 중고차 사업에도 이런 형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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