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신박한 현대ㆍ기아차 점유율을 만들어 낸 '자동차협회'

  • 입력 2020.10.05 12:30
  • 수정 2020.10.05 12: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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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미국 시장에서 국산차 점유율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코로나 19 여파로 닫혔던 공장 문이 다시 열리고 생산을 시작했는데 3개월간 미국 시장 점유율이 8.9%로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대ㆍ기아차가 9년 만에 한국차 전성기 때 점유율(2011년)을 기록한 반면, GM과 토요타, 닛산 등 주요 경쟁사가 점유율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들이 덧 붙여진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런 성과가 현대ㆍ기아차가 최근 전략적으로 북미 시장에 SUV 신차를 신차를 투입한 최고위층 경영자 판단, 품질 경영, 효율적 재고 관리로 거둔 성과라는 등등 다양한 분석이 이어졌다. 그런데 KAMA가 최근 9년간 최대치로 잡은 이 점유율 시점이 묘하다.

월(月), 분기, 반기, 연간도 아닌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을 콕 짚어 기준을 잡았다. KAMA는 미국 현지 공장 생산이 재개된 시점을 6월로 보고 이후 3개월간 점유율을 따져봤다. 그러나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때는 5월 초다. 8월이 지나고 9월이 지나 10월로 접어든 상황에서 느닷없이 6월에서 8월까지 국산차로 포장된 현대ㆍ기아차 미국 점유율이 9년 만에 최대치, 이를 현대차 그룹 전략 성과로 분위기를 띄웠다. 

지금 이런 성과를 자랑할 때가 아닌데도 억지로 수치를 만들어내 현대차 비위를 맞추려는 저의가 궁금하다. KAMA는 이전에도 회원사 전체보다 지나치게 현대차로 쏠린 업무때문에 지적과 불만을 받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통계나 실적 등을 분석하는 통상적 기준이 있다라며 특정 시점 통계 역시 정확한 시점과 기점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AMA가 6월이라고 밝힌 현대 기아차 공장 재개 시점은 따라서 5월이어야 한다. 

KAMA가 억지스럽게 특정 기간 점유율을 자랑스럽게 내놨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올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은 8.8%다. KAMA 발표한 6월~8월 수치보다 1%p 낮을 뿐 아니라 이런 짜집기식 수치에 의미를 두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2분기 9.2% 까지 상승했던 점유율이 3분기 급락했다는 것이다. 미국 트루카(TrueCar)에 따르면 현대차 점유율은 2분기 4.9%에서 3분기 4.7%, 기아차는 2분기 4.3%에서 3분기 4.1%로 각각 줄었다. 그런데도 KAMA는 경쟁사 생산 차질로 반사이익을 봤던 시점을 교묘하게 잡아내 점유율이 몇 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걸 경영 전략 성과로 포장했다. 

현대ㆍ기아차 판매 순위가 바뀐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는 GM이 16.7% 점유율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포드(14.7%), FCA(13.7%), 토요타(13.5%), 혼다(8.7%)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기아차와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 그룹 점유율 순위도 6위로 예년과 변동이 없다. 한편 코로나 19 확산세가 꺽이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는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상위 브랜드들이 평균 10%가 넘는 인센티브 공세를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여력이 없는 하위 브랜드 판매가 급격히 줄고 있다.

추세가 낙관적이지도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생산을 재개한 효과를 보고 있지만 GM과 포드, FCA, 혼다, 토요타 등이 경쟁사 행보가 빨라지면서 판매 상승 속도가 비슷해지고 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내 놓기 보다 때만 되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읍소만 하고 있는 KAMA는 이번에도 정만기 회장이 "정부 노력이 적극적으로 뒷받침 할 때"라고 했다. 현대차를 추켜 세우고 정부에 손 벌리는 일, KAMA가 하는 매우 중요한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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