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전기 생태계로 진화하는 시대, 우리는 왜 니콜라가 없을까

  • 입력 2020.09.08 11: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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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세기 동안 내연기관이 주도해왔던 자동차 산업이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차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수요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3% 미만이지만 증가 속도는 엄청나다. 2015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전기차 비중이 올해 1분기 2.8%에 도달했고 2025년에는 연간 1000만대, 2030년에는 30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기차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2040년 연간 수요가 6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00만대를 조금 넘긴 전기차가 향후 10년 15배 이상 성장한 거대 시장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전기차 수요는 중국과 유럽이 주도하고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내연 기관보다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면 증가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2003년 테슬라가 등장할 때만 해도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소적이었다. 배터리로 갈 수 있는 거리, 비싼 가격, 빈약한 충전 인프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2012년 테슬라 모델 S가 출시되고 2015년 모델 X가 불티나게 팔리고 2017년 7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모델3가 전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그사이 기존 거대 완성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개발을 서둘렀고 올해 다양한 모델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REE Automotive

폭스바겐, 현대차, GM 등 연간 수백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다양한 세그먼트와 유형을 가진 전기차를 시장에 대거 투입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나온 전망보다 더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내연기관차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틈새에서 테슬라가 그랬던 것처럼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들이 지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규모와 인지도에서 테슬라나 기존 완성차 업체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기술로 미래 전기차 산업을 주도할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소식을 전하는 에너지스타트업(energystartups)이 자금 규모를 기준으로 선정한 전기차 스타트업 순위를 발표했다. 1위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기업 가치가 이미 토요타를 넘어선 테슬라다. 2위는 자본 56억 달러인 리비안, 3위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 니오(35억 달러)다. 아쉽게도 상위 57개 전기차 스타트업 순위에서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과 중국, 인도와 이스라엘, 영국, 독일 등이 목록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 니오와 같이 현재 전기차를 생산 판매하는 기업부터 전기버스(프로테라, 미국), 공유(올라 일렉트릭, 인도), 배터리(프리와이어, 미국), 플랫폼(라이트이어, 네덜란드), 충전(마이에너지, 영국) 등 분야도 다양하다. 대부분은 아직 양산차나 기술 실현이 되지 않았는데도 주식을 상장하고 거액을 투자 받는 곳들이다.

 카누(Canoo)

이들은 각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전폭적인 지원과 미래 가치를 높게 보는 투자를 통해 미래 전기차 생태계 주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이런 생태계를 함께 하는 국내 기업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국내 전기차 관련 기업 대부분은 독자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수요도 빈약한 저속 전기차에 쏠려 있고 영세한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는 곳도 없다. 국내 대기업이 최근 협력이나 투자 또는 합작을 발표하는 곳 대부분이 해외 스타트업이다.

전기차 관련 스타트업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투자가 줄면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스타트업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거대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입지가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독자적인 기술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니콜라, 리비안, 카누, 리오토, 루시드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건전하고 균형적인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런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 정부도 산업 균형 발전, 고용창출, 미래 성장을 위해 정책이든 돈이든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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