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차는 안 사고 주식만 사는 테슬라' 생존할 수 있을까?

미 월가, 테슬라 계획대로 가고 목표 달성한다고 해도 가장 위험한 주식 연일 경고
대량 생산 능력 갖춘 폭스바겐ㆍGMㆍ현대차 찐 전기차 공세에서 버티기 힘들것

  • 입력 2020.09.07 09:41
  • 수정 2020.09.07 09: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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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5대1 주식 액면 분할 이후 12% 올랐고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일 2.28% 오른 418.32달러로 마감했다. 반면, 거칠 것 없이 오르고 있는 테슬라 주식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테슬라는 가장 위험한 주식"이라는 경고가 나왔고 "사람들이 차는 안 사고 주식만 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S&P500지수에 테슬라가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에는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7% 이상 급락했다. 혼란스럽지만 테슬라 주가가 기업 실적 대비 과대 평가됐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올해 1분기 테슬라는 10만2000여대, 2분기에는 8만여대를 팔았다. 1분기는 직전 분기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 2분기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저조한 실적이지만 주가는 연일 상승했다.

테슬라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국 전기차 수요는 같은 기간 급증했다. 이는 테슬라가 이전과 다른 양상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 충성 고객 위주로 소비됐던 수요가 한계에 도달했고 모델3 말고도 소비자 선택지가 다양해진 탓이다. 지금 상황, 그리고 예상 가능한 미래 시장 변화를 전망해 보면 테슬라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는 사람이 많은 주식은 몰라도 테슬라 모델은 사지 않을 전조가 얼마든지 있다. 우선 미국과 한국을 제외하면 테슬라가 눈에 띄는 실적을 내는 곳은 없다는 점이다. 정치적 변수가 많고 전기차 관련 기술이 만만치 않은 중국에서 볼륨을 늘리고 있지만 워낙 큰 시장이어서 점유율로 보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와 같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대중 브랜드가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공급량이 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테슬라는 향후 10년 이내에 3000만대 생산을 장담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고 실현 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폭스바겐ㆍ현대차ㆍGM 연합이 대량 공급을 시작하면 테슬라 위기는 앞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테슬라와 달리 폭스바겐은 기존 공장 설비를 수정하는 것만으로 연간 150만대까지 최단 시간 전기차 생산 체제 전환이 가능하다. 현대차도 울산과 기아차 화성 공장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설비로 이미 전환했고 GM도 미국 내 주요 공장을 전용 생산 시스템으로 바꿔놨다. 시장 변화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더 저렴하고 성능과 기술, 전반적인 품질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면 결과는 뻔하다.

테슬라가 전기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역시 거품이다. 전기차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는 테슬라 것이나 경쟁업체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오토파일럿과 비슷한 주행 보조 시스템 역시 기존 완성차 업체 갖고는 있지만 가격과 안전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산 모델에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테슬라가 더 긴장해야 할 것은 폭스바겐 MEB, 현대차 E-GMP, GM이 얼티엄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테슬라 경쟁력은 전기 전용 플랫폼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제조사들이 같은 유형으로 전기차를 개발하면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누려온 경쟁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폭스바겐 ID.3는 유럽에서 테슬라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폭스바겐 ID.4가 본격 판매를 시작하면 테슬라는 유럽 시장 철수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대차와 GM도 새로운 플랫폼과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는 2021년 초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생산 능력과 전기차 성능과 품질에서 테슬라 모델3, 그리고 모델 Y가 대적하기 힘든 전기차가 쏟아져 나온다. 폭스바겐과 현대차, GM이 차종과 차급에서 풍부한 라인이 대량 폭격을 시작하면 테슬라는 어떻게 될까?

그런데도 테슬라는 생산 공장을 확충하고 배터리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월가에서 가장 위험하게 보고 있는 것도 이 점이다. 한 전문가는 "테슬라가 목표에 도달하고 원하는 수익을 낸다고 해도 괴리율이 엄청나고 따라서 매우 위험한 주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 가치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폭스바겐과 현대차, GM에 밀려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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