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프리미엄으로 가는 멀고 험한 길 '스토리텔링'에 달렸다

  • 입력 2020.09.06 08:23
  • 수정 2020.09.06 08:24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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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두 개 대중 브랜드로 고군분투했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같은 주요 부품을 공유하고 때로는 형제간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중복에 따른 낭비도 있었지만 치열한 차종 경쟁에 따른 다양성이 확장했고 서로 다른 마케팅 전략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현지에 맞는 전략 차종을 투입하고 집중할 수 있게 선택지를 넓히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현대차 그룹이 성장 한계점에 도달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 절실해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명품 이미지를 살리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절실함에 기술적 진보와 명품 이미지 등 다양한 조건 충족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한 끝에 나온 브랜드가 제네시스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약 6년 전 출범하면서 토요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와는 전혀 다른 색깔과 과정을 밟아야 했다.

렉서스는 처음부터 미국 시장에 별도 법인으로 출발하면서 대중 브랜드인 토요타, 일본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버렸다. 이 전략은 크게 성공했다. 렉서스는 미국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후발 주자인 제네시스가 같은 길을 걷기는 어려웠다. 대신 현대차 라인 가운데 고급 차종으로 우선 제네시스를 출범 시켜 각종 기관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이미지를 높이고 품질과 성능 등 전반적인 상품성을 인정 받은 후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했다. 

그리고 세단과 스포츠 세단, SUV 등 다양한 라인을 추가해 가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고 있다. 최근 출시된 GV80 등은 대형 SUV이면서도 여러 기관으로부터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프리미엄군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나 유럽 등 새롭고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긍정적 평가가 지속해서 나타나야 하고 트림도 더욱 늘려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는 갖고 있다.

특히 GV80 디젤 엔진과 같이 이따금 터져 나오는 문제점은 절대 없어야 하고 품질에서는 더욱 정교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나가는 순항 구조로 볼 수 있다. 향후 소형 SUV GV70이 더해지면 구색을 맞춘 제품 라인업으로 성장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내년 전기차, 스포츠 모델, 고성능 브랜드 N과 합류해 영역을 확장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정도는 돼야 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는 시간 못지않은 노력이 더해져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난다. 글로벌 시장 프리미엄 차종은 모두 역사와 기술, 모델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명품이 됐는지 자동차 이외에도 모든 소비자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역사가 내재해 있다. 제네시스도 이러한 과정을 하나하나 만들어야 한다. 제네시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래서 명품이라고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 과정을 담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박물관도 필요하다.

해외 일각에서 제네시스는 ‘외계인’으로도 불린다. 기술은 좋은데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외계인 이미지는 향후 프리미엄 이미지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 G90을 비롯한 모든 모델에 스토리 텔링이 필요한 이유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 시켜 대중 브랜드 현대차와 차별화하는 전략도 시급해 보인다. 이를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가 서구에 쏠려있는 자동차 역사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기 바란다. 지금은 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최고급 브랜드로 거듭 나기를 다시 한 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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