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차 278만대, 10년 전보다 배 가까이 증가...'아반떼' 최다

결함이나 하자 발생, 깐깐한 소비자 덕분에 자동차 내구성 향상
경유차 많은 화물차 초고령 노후차 급증...정부 억제책 점검 필요

  • 입력 2020.09.03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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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등록된 자동차 가운데 차령 15년 이상 초고령차가 가장 많은 현대차 아반떼 XD

자동차 내구성이 좋아지고 주머니 사정이 얄팍해진 탓인지 15년 이상 고령차가 급증했다. 국토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 등록 차량 가운데 차령 15년이 지난 고령차는 지난 7월 말 기준 278만1013대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2409만7576대 가운데 11.5%에 달하는 것이다. 10년 전 같은 달 고령차 비중 8.3%보다 3.2%P 증가한 수치다. 2010년 7월 자동차 총 등록 대수는 1770만8748대, 이 가운데 15년 이상 고령차는 147만8426대였다.

10년 사이 고령차가 배 이상 증가한 것은 자동차 내구성이 향상되고 완성차 애프터 서비스 강화와 더불어 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자동차 보유 주기가 길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자동차 평균 수명은 15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길다는 것이 시장 의견이다. 화물차에서 고령차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해 지난 10년 경제상황을 대변했다. 경기에 따른 수요 변화가 큰 화물차의 15년 이상 고령차 비중은 2010년 7월 기준 11.9%에서 올해 7월 21.6%로 급증했다. 승합차도 6.9%에서 15.7%로 크게 늘었다.

강제 및 조기 폐차, 운행 제한 등 강력한 정부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나 승합차 가운데 초고령 노후 경유차가 2017년 37만3567대에서 2020년 77만9477대로 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은 정책 점검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경유 사용차가 많은 특수차 전체 등록 대수는 10만7941대에서 9만1352대로 줄면서 고령차 비중이 29.2%에서 17.0%로 줄었다.

브랜드별 고령차에도 변화가 있었다. 전국에 등록된 현대차 가운데 15년 이상 된 고령차는 135만6009대로 13.3%, 기아차는 64만2871대로 9.7%를 차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록 대수는 각각 1016만6621대, 665만5479대다. 현대차 고령차 비중은 2010년 7월 9.3%, 기아차는 9.1%였다. 현대차는 많이 증가했고 기아차는 소폭 늘어난 셈이다.

현대차 가운데 15년 이상 고령차가 가장 많은 모델은 아반떼 XD다. 2006년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단종 됐지만 아직도 전국 거리에 15년 이상 된 아반떼 XD 10만1781대가 달리고 있다. 싼타페 DSR 10만1515대도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10년 전 현대차 가운데 15년 이상 된 고령차가 가장 많았던 모델이 싼타페 2.0(10만6647대)였다.

15년 이상 고령차가 지금까지 10만대 이상 운행되고 있는 단일 모델은 현대차만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 가운데 고령차가 가장 많은 모델은 쏘렌토 DSR(7만128대)이다. 재미있는 것은 옛 대우차 앰블럼을 유지하고 있는 차가 11만6000여대나 됐다는 점이다. 물론 100% 15년 이상된 고령차다. 대우 앰블럼을 달고 지금도 도로를 달리는 고령차 중에는 르망(1만6729대), 에스페로 2.0 LPG(1만471대)와 같이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사라진 대우차를 제외하면 고령차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쌍용차다. 쌍용차는 전체 등록 대수 116만616대 가운데 18.5%인 21만5527대가 15년 이상 된 차였다. 고령차가 많다는 것은 내구성이 뛰어난 것도 있겠지만 적절한 교체 주기로 신규 수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 그렇게 반길 일도 아니다. 쌍용차 고령차 비중은 지난 2010년 4.9%에 불과했다.

이는 쌍용차 신차 구매자를 재구매로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기존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해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쌍용차 중에서는 렉스턴 2.9DSL(3만4624대), 무쏘 DSL(2만1260대), 코란도 DSL(1만552대), 체어맨 2.8(1만463대)등 역시 옛 감성을 자극하는 고령차 모델이 특히 많았다.

반면 지나치게 짧은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한국지엠 고령차 비중은 총 등록 대수 163만2325대 가운데 3.5%에 불과했다. 한국지엠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은 고령차는 마티즈 0.8(5만7474대)이다.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고령차 비중이 가장 낮았다. 

비슷한 역사를 가진 르노삼성차가 총 15만877대 등록 차량 가운데 14.2%에 달하는 고령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비가 된다. 르노삼성차 가운데 고령차가 가장 많은 모델은 SM520이다. 지금도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SM520은 6만9486대가 등록돼 있다.

수입차는 고령차 비중이 10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2010년 7월 기준 총 수입차 등록 대수는 47만6822대로 이 가운데 고령차는 4.7%인 2만2496대였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총 256만0998대가 등록돼 있고 이 가운데 고령차는 8만8511대로 비중이 3.5%로 낮아졌다. 품질과 내구성에서 국산차 대비 월등한 것으로 인식되는 수입차가 고령차 비중이 작게 나타난 것은 의외다.

인간과 함께 자동차 평균 수명도 크게 늘고 있어 고령차 비중은 앞으로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소한 결함이나 하자도 놓치지 않는 소비자 감시, 이전보다 강력해진 정부 감시 이에 따른 판매사 품질 관리와 사후 서비스가 강화된 때문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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