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 터보 S, 에너지 전환시대에 등장한 비현실적 캐릭터

  • 입력 2020.09.03 09:0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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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수준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됐다. 매 순간 다이내믹한 성능을 만날 수 있는 콘셉트를 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타이칸은 일반 도로는 물론 서킷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며 관련 산업과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가운데 화석연료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떠오르고 있다. 또한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는 순수전기차와 자율주행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로 여겨지며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에선 공통적으로 레벨2 단계를 웃도는 주행 보조 시스템 탑재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 가장 강력한 브랜드로 떠오른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 역시 완전충전시 주행가능거리를 월등히 향상시킨 부분뿐 아니라 '오토파일럿'으로 불리는 주행 보조 기능의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현재의 테슬라를 만든 원동력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 속 독일 스포츠카를 대변하는 포르쉐가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 '타이칸'을 선보이며 일반적인 수준에서 혹은 기대 이하의 주행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타이칸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테슬라 모델 S와 직접경쟁을 펼치게 될 차량임에도 경쟁사 주요 세일즈 포인트인 오토파일럿에 대응한 기능을 선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이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포르쉐는 기존에도 주행 보조 시스템에 인색한 브랜드 중 하나였다. 되도록 운전자는 직접 운전을 하고 그 즐거움을 느껴 봐야 한다는 모티브가 내재화된 것. 어쩌면 스포츠카를 운전하는데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달려야 한다는 오류를 모두가 너무 당연하게 범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1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에서 펼쳐진 '포르쉐 월드 로드쇼 2020'을 통해 서킷에서 타이칸의 주행성능을 경험해 봤다.

먼저 포르쉐 타이칸의 전체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을 대변하는 스포츠카 911에서 많은 부분을 따왔다. 전면부 꽉 차게 부풀어 오른 휀더와 윤곽이 뚜렷한 라인들, 보닛 위 선명한 캐릭터 라인이 이를 반영하고 미려하게 떨어지는 C 필러와 근육질의 숄더 라인 날렵함이 강조된 후면부는 전형적인 포르쉐 디자인을 드러낸다. 다만 헤드램프는 일반 내연기관 포르쉐와 구별되는 독특한 모습을 선보이고 제작 콘셉트와 달리 굳이 4도어 모델로 제작한 부분은 의아하게 여겨진다.

실내는 최근 포르쉐 신차들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디지털 장비가 보다 적극적으로 투입되면서도 과거 브랜드 역사와 함께한 기념비적인 모델에서 차용한 디자인이 일부 적용됐다. 대시보드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독립된 곡선형 계기판은 운전자를 향해 집중되고 중앙의 10.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블랙 패널 룩의 통합형 글래스 밴드와 결합되어 깔끔한 인상이다. 다만 클래식한 느낌의 변속기 노브는 위치와 조작감에서 살짝 이질감이 느껴진다.

포르쉐 타이칸은 4S, 터보, 터보 S 등 사양에 따라 파워트레인 구성이 조금씩 변화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모터와 배터리 등에서도 달라지는 것으로 이날 서킷에서 시승한 타이칸 터보 S의 경우 오버부스트 시 최고출력 761마력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2.8초의 순간가속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이 부분을 체감할 기회가 이날 주어졌는데 정차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폭발적 가속감을 만날 수 있었다. 헤드레스트에 뒤통수를 바짝 밀어 넣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롤러코스터에 오른듯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며 고요하게 하나의 소실점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 타이칸 터보 S는 LG화학에서 공급하는 93.4kWh 배터리 탑재로 WLTP 기준 완전충전시 412km 주행가능거리와 최고속도 260km/h, DC 급속 충전에서 5분만에 1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빠른 충전시스템이 장점이다. 포르쉐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최대 270kW의 고출력으로 22.5분 이내에 배터리 잔량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런트와 리어 액슬에 각각 1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되어 4륜구동 시스템으로 구동되는 타이칸은 차체 중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차체 바닥 전체에 깔려 내연기관에 비해 무게 중심이 낮고 앞뒤 49대 51의 최적 무게 배분이 이뤄지는 등 스포츠카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반영됐다. 물론 2톤이 넘는 차체 중량은 스포츠카에서 방해 요소이나 고출력 모터와 전기차 특성상 뛰어난 초반 가속 성능 여기에 최대 265kW 에너지 회수 시스템 등이 이를 만회한다.

서킷 주행에서 타이칸 터보 S는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만날 수 없던 비현실적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폭발적 가속은 물론 제동성능이 압권이다. 여기에 이상적 무게 배분으로 인해 커브길에서도 바닥에 밀착하듯 안정적인 자세를 연출한다. 또 하나 타이칸의 특징은 2개의 전기모터와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갖춘 4륜 구동 제어 방식이다. 타이칸은 최대 265kW까지 가능한 에너지 회수 시스템으로 인해 일상적인 패턴의 주행에서 약 90%를 실제 브레이크 작동 없이 회생 제동만으로 가능하다. 한편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독일 시장 판매 가격은 18만5456유로부터 시작된다. 국내 출시 일정 및 가격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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