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메이드 인 차이나 '아이폰은 되고 볼보는 안되나?'

  • 입력 2020.08.28 09: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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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첨예하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갈등은 코로나 19, 미국 대선과 겹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에는 틱톡(TikTok)과 슈퍼 앱 위챗(Wechat)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미국 으름장에 애플 아이폰을 쓰지 않겠다며 중국이 맞서는 치졸한 싸움으로 번졌다.

일상적 사회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위챗이 삭제된 애플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필요 없는 물건이 된다. 애플은 지난 2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9%를 점유하고 있고 따라서 위챗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다.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번질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인들은 그래도 애플 브랜드에 각별한 가치와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다.

젊은 층, 전문직이 특히 애플 스마트폰 또는 테슬라를 찾고 있고 우리와 다르지 않게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도 강하다. 애플 스마트폰과 테슬라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라는 것도 있다. 애플은 미·중 분쟁이 심화하자 인도나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 세계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산 아이폰은 흠을 잡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걸 이유로 흠을 잡는 이도 없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애플에서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밤을 새워 줄을 서고 기다리는 것들도 역시 중국산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데도 별 저항 없이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애플이니까 어련히 잘 만들었을까'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는 멕시코나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에도 그대로 전이될 것이다. 요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볼보자동차도 중국에서 일부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스웨덴 기업이지만 중국 자본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생산 효율성을 따져보더니 현지 수요가 많은 플래그십 S90 생산을 모두 중국 다킹으로 전격 이전했다. 이때부터 중국산 볼보를 믿을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2016년 즈음으로 기억되는 한 간담회에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국내로 수입되는 S90은 스웨덴에서 생산한 것들로 유지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지리자동차는 S90 전량을 중국 다킹 공장이 생산하도록 했고 2018년부터 국내로 수입됐다. 중국 다킹 공장에서 생산된 S90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도 공급되고 있고 스웨덴에서 팔리는 S90도 중국산이다.

중국산 모델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는 그러나 기우였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고전하면서 볼보자동차도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한 26만9962대에 그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상반기 실적은 6440대로 이는 같은 기간 20.4%나 급증한 수치다. 전 세계 시장에서 팔린 S90은 1만8455대나 됐다.

'중국산 짝퉁'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S90이 이런 우려를 없앤 것은 중국에서 조립이 됐을 뿐 전체 품질이 갖는 수준은 볼보다웠기 때문이다. 볼보는 브랜드 플래그십에 중국산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스웨덴 토슬란다, 벨기에 겐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등 다른 어떤 공장보다 까다로운 조립과정과 검수를 거쳐 완벽한 품질을 생산하는 데 공을 들였다.

2018년부터 시작된 중국산 S90 판매는 그해부터 매월 판매가 늘었고 9월 출시 예정인 부분변경 모델은 사전 계약 1000대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성공한 예는 아직 없다. 일부 수입사가 중국 독자 브랜드 것들을 들여왔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제대로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볼보자동차 S90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런 유리벽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다. 9월 첫날 등장하는 볼보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신형 S90이 E 세그먼트 수입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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