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세상에 '깡통차'는 없다. 최저 트림 기본 사양 만족도

  • 입력 2020.08.24 10: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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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선택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옵션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예전과 다르게 트림별 선택권을 넓히고 패키지를 세분화해 꼭 필요한 품목 선택이 가능해졌다. 낮은 트림이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이 늘었고 같은 패키지도 등급을 나눠 합리적인 내 차 만들기가 가능해졌다.

그런데도 선택 품목 비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요즘 소위 '깡통차'로 불리는 기본 트림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신차를 파는 자동차 회사들은 때마다 "고급 트림이나 고가 패키지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 깜짝 놀랐다"고 앵무새처럼 얘기하지만 그건 상술이다.

한 관계자는 "신차 구매에도 빈부 격차가 있다. 고급 트림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가장 낮은 트림 선택 비중 역시 최근 크게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그는 "트림별 가격 차이가 커진 데다 깡통차로 취급받는 기본 트림에 필요한 것만 추가하는 알뜰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비 형태 변화는 일반적인 물가보다 높게 자동차 가격이 상승한 때문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물가 상승률은 평균 1.7%, 그러나 현대차 쏘나타는 같은 기간 기본 트림 기준 17%, 아반떼는 2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편의 및 안전 사양이 대거 추가되는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있기는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주머니 사정이 달라지지 않은 소비자 부담 상승률은 크게 치솟았다. 이 때문에 깡통차로 불리는 기본 트림에 눈길을 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트림이 제공하는 기본 사양 구성이 꽤 알차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반떼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낮은 트림 스마트 기본 가격은 1570만원으로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2453만원)보다 883만원이 저렴하다. 수동변속기를 자동변속기(147만원)로 바꿔 달면 147만원이 추가된다. 안전과 편의에 필수 사양처럼 돼가고 있는 운전 보조시스템(ADAS), 내비게이션이 아쉬울 수 있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깡통차지만 전방 충돌방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유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같은 지능형 안전 기술이 모두 기본 제공된다. 좀 더 진화한 현대 스마트센스를 선택할 수도 없지만 일상 운전에 크게 필요한 것들이 아니다. 내비게이션 역시 요즘에는 있어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운전자가 더 많은 것처럼 필수 옵션이 아니다.

아반떼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차는 낮은 트림과 고급 트림 가격 차이가 수 백만원에 달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선택 품목을 하나하나 추가하는 비용보다 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아니면 같은 기능을 한데 묶은 패키지가 더 저렴하다는 식으로 유도하지만 이것 역시 장삿속이다. 상위 트림에 추가되는 기본 사양이나 패키지에 묶인 수많은 기능 가운데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우리는 필수 사양으로 얘기하고 그래서 없으면 깡통차라고 부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수입차에 빠져 있는 사양들도 많다. 몇 백만 원을 더 주고 상위 트림을 고른다 해도 자동차 기능이나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 추가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은 시각적 만족감이나 운전이 아닌 거주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없어도 되는 것들이다.

아반떼를 기준으로 했지만 선택 품목 운용에 제한을 받는 수입차를 제외한 국산차 대부분도 트림별 기본 사양, 선택 품목 그리고 이에 따른 가격 격차가 크게 다르지 않다. 선택 품목을 늘리는 데 따른 만족감과 가치 상승은 분명히 있지만 깡통차라고 불리는 기본 트림에 꼭 필요한 것만 추가해도 자동차는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한다. 따라서 신차를 구매할 때는 트림을 선택하기 이전에 깡통차에서 추가할 수 있는 선택 품목이나 패키지를 살펴보고 꼭 필요한 것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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