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물은 상극' 전기차, 안전하다고 해도 멀리하는 것이 상책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8.16 09:54
  • 수정 2020.08.16 09:56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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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약 13만 대에 이르면서 더는 낯설지 않은 차종이 됐다. 보조금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전기차 단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조만간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년에는 현대차 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4~5개 신차가 출시되고 수입 전기차도 등장할 예정이어서 치열한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긴 장마로 침수 피해를 당하는 차량이 급증했다. 침수된 도로를 지나가는 요령이나 탈출하는 방법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운전면허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13시간에 불과한 교육 과정에 제대로 된 피해 또는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상식을 갖기 힘들다. 실제로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요령을 터득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일반 내연기관차가 이런 지경인데 전기차는 과연 안전한지 위험성은 없는지 운전자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특성상 엔진과 변속기 대신 배터리와 모터라는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바닥에 깔린 배터리는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로 열 발생이나 충격에 약해 항상 조심해야 한다. 무게는 무겁고 전체 가격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는 전기차 배터리는 따라서 누구나 고민이 많은 부품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닥에 있는 배터리가 침수된 도로를 지나거나 다른 이유로 침수될 경우 과연 괜찮을 것인지다. 전기차 배터리는 방수 기능이 강화된 특수 팩으로 둘러싸여 있고 누전에 대비해 자동 전원 차단과 같이 2~3중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사고는 이러한 안전을 뚫고 발생하는 만큼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해외 뉴스에는 테슬라 차량이 침수된 도로를 미끄러지듯이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 책임이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전기차는 모든 장치가 전기 에너지로 움직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과 전기는 상극이라는 것이다. 전기는 되도록 물을 멀리하고 가능한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만 최고 성능과 내수성을 유지하고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수가 잘 된다는 휴대폰을 물속에 계속 담가 놓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도 많다.

움직이는 상태에 있는 전기차는 빈틈 사이사이를 치고 들어오는 수분 침투를 완전히 막는 일이 불가능하다. 일반 내연기관차는 배기구 높이나 타이어를 보고 침수 예방을 하고 있지만 이 정도 높이에도 차체 바닥 하부는 물에 젖어있고 실내로 물이 들어차는 피해가 발생한다. 같은 수준, 그러니까 실내로 물이 스며들어오는 정도에서도 전기차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충전기도 다르지 않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 90% 이상은 완벽하게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폭우는 물론 햇빛에 노출돼 충전기 수명을 줄어들고 물에 젖은 상태로 충전을 해야 하는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정부에 충전기 예비비를 별도 편성해 지붕을 씌우고 고장 난 충전기를 민관 구분 없이 정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런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비가 이뤄지기 전, 비가 많이 오면 야외보다는 실내 충전기를 활용하고 비가 내리는 환경에서는 운용을 자제해야 한다. 전기차 운행도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미 여러 번 관련 사고가 발생한 만큼 사람이 다치거나 그 이상 사고가 없으라는 법도 없다. 전기차 안전을 지나치게 자신하지 말고 항상 물과 멀리하기 바란다. 내연기관차 대비 침수 안전에서 불리하다는 점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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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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