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억(億億) 소리나는 수입 전기차, 혈세 보조금 지원 막을 수 없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8.02 08:28
  • 수정 2020.08.02 08:33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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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기차 분야 화두는 테슬라다. 전반기에만 7000여대를 팔아 전기차 구매 지원금 40%를 가져갔다. 주력인 모델 3는 연말까지 2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돼 국민 세금인 전기차 보조금 상당수를 테슬라와 같은 수입 모델이 가져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테슬라 돌풍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실시간 업데이트, 오토 파일럿과 FSD(Full Self Driving) 등과 같은 혁신적 이미지 때문이다.

두 대 중 한대에서 단차나 도장 문제, 나사 조임, 운행 중 범퍼가 떨어지는 등 생각지도 못한 품질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테슬라 전체 판매 차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델 3는 전체적인 가성비가 뛰어나고 유사한 차종이 없어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 독주 체제는 올해 말 모델 Y가 추가되면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차, 기아차 신형 전기차 모델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생산 능력은 물론 디자인과 성능, 인테리어 구성 무엇보다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국산 전기차 기술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어서 테슬라 독주는 내년 중반 이후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에서는 테슬라 모델 판매가 증가하면서 보조금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조금 상당 부분을 수입 전기차가 가져가면서 국산차만 지원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해외 시장에서 국산차를 같은 논리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어 도리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지역으로 시장을 확장해야 하는 국산 전기차 입장에서 수입차를 차별하는 수출국 정책을 그대로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미국 등 유럽 일부 국가와 같이 가격에 제한을 두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가, 고급 전기차는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이다. 지금 완성차 업체,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기업평균연비규제제도(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구색을 맞춘 억대 전기차를 속속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금 대상에 특별한 규제가 없어 이런 억대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주고 있다. 따라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하지 않고 일정한 가격을 정해 놓고 보조금 지원 대상을 구분한다면 국제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글로벌 제조사가 중저가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독려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전기차 연구개발비 지원 또는 국내 생산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도 생각해 볼수 있다. 내년 중반이면 전기차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산 모델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국산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즉흥적 또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보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길게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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