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몰라도? 현대차 '뉴 카운티'는 안다

  • 입력 2012.07.23 08: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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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카운티...더 강해진 성능, 더 편해진 운전
실 영역 토크, 회전능력과 차체 기동성 압권
‘검증된 車’ 신뢰 커, 신속한 서비스도 강점

1998년, 코러스의 뒤를 이어 출시된 ‘카운티’는 당시 중형 미니버스 최초로 ABS(미끄럼방지제동장치)와 LSPV(하중감지감압밸브)를 탑재, 획기적인 안전 성능으로 주목을 끌었다. 특히 공기역학을 고려한 부드러운 디자인과 터보인터쿨러가 장착된 1백55마력의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넉넉한 힘은 ‘버스도 이렇게 만들면 예쁘구나!’하는 찬사가 나오게 했다.

카운티가 디자인에서 설계까지 100% 현대차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중형버스라는 점 때문에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게 된 건지도 모른다. 십 수 년이 지나면서 카운티는 더 강하고 더 편하고 더 튼튼한 버스로 진화를 했다. 그리고 여전히 도심의 좁은 골목길, 시골의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다. 늦은 밤공부에 지친 수험생, 그리고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그들의 애마(愛馬)다. 오죽하면 어린 학생들이 ‘벤츠는 몰라도 카운티는 안다’고 했을까.

지난 5월, 현대차는 부산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버전의 ‘뉴 카운티’를 전격 발표했다. 현장에서 만났던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카운티 가운데 소비자들의 요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타보고 싶었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리고 벼르고 벼른 끝에 7월 어느 날, 뉴 카운티 시승 기회를 잡았다. 그것도 카운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였다. 평일 낮에는 기업 통근용, 오후에는 학원생을 실어 나르고 주말이면 투어(전세)까지 뛰는 철인 같은 사람들, 카운티를 10년 넘게 몰고 있는 베테랑들도 수두룩했다.

 

-작지만 큰 변화 ‘신경 많이 썼네’

소소한 변화지만 뉴 카운티는 집 보다 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한 달에 수 천km를 운행하는 운전자를 세심하게 배려했다. 외관에서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리어 스포일러로 더 도시적인 스타일을 갖췄다는 것. 공기 흐름을 도와 연비를 개선하는데도 효과가 있겠지만 운전자들은 “뒤 창문 먼지 닦는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고 좋아했다.

2004년씩 카운티를 소유하고 있는 배동춘(52세)씨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일부러 돈 들여서 다는 게 저거(리어 스포일러)거든. 연비도 좋아지지만 소리(소음)도 줄어들고 뒤에 먼지가 안 끼니까”. 자세하게 살펴보면 요소요소에 꼭 필요했던 변화들도 눈에 띈다. 크롬으로 마감된 도어핸들과 아웃사이드 미러, 새로 적용된 사이드 리피터, 뒤 유리의 열선까지 정갈하지만 세련된 도심 스타일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실내는 운전석에서의 운전 편의성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동식 아웃사이드 미러와 파워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된 조수석 창문은 일반 승용차 수준의 편의성을 보장한다. 또한, 장시간 운전에도 자세 고정 능력이 뛰어난 버켓 타입의 운전석 시트에는 열선까지 설치해 동절기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운전석에서 원격 열림 장치로 편안하게 연료 주입구의 캡을 열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운전석 바닥 매트를 고무재질로 바꿔 물청소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세심한 배려 가운데 하나다. 도어 손잡이와 변속기 레버를 블랙 유광 크롬 도금으로 마무리해 운전석 전체의 고급감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170마력의 힘 ‘운전하기는 승용차보다 편해’

뉴 카운티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F엔진’을 탑재, 기존 카운티(배기량 3900cc)보다 출력(170마력)과 토크(62kg.m) 연비가 크게 향상됐다. 덕분에 곧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경쟁모델보다 힘에서는 확실한 우세를 자랑한다.

시동을 걸면 F엔진의 묵직한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한다. 중형버스지만 차체의 떨림이나 소음은 일반 대형 디젤 SUV 그 수준으로 작고 정숙하다. 클러치의 유격,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은 빠르고 분명하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비교적 빠른 출발이 이뤄져 잦은 감속과 정지, 출발이 이뤄지는 도심 주행에서 최상의 운전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서 만난 정창교(56세) 씨는 “기존 카운티는 못해도 6km/l대의 연비가 나오는데 낮은 엔진 회전 영역에서 저 정도의 힘이 나온다면 더 좋은 연비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뉴 카운티는1000~1400rpm의 낮은 영역 대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된다. 이는 엔진 동력에 소모되는 연료량이 그 만큼 적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비가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 카운티의 경쟁모델이 될 대우버스의 레스타가 같은 엔진회전 영역대에서 커민스 엔진의 토크는 26%, 나비스타는 78%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적어도 힘에서 만큼은 뉴 카운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에서 더 놀란 것은 부드러운 핸들링이다. 큰 차체의 핸들링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분명하고 쉽다. 회전, 선회능력도 뛰어나나. 차체의 크기로 봤을 때 조금 어렵다고 생각되는 공간에서 조금의 무리도 없이 회전을 했기 때문이다.

좁은 골목길을 다녀야하는 운행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런 회전 능력은 뉴 카운티 최대 장점으로 추천할 만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 카운티는 전륜에 더블위시본과 코일 스프링, 후륜에 롱 스팬 테이퍼 스프링 서스펜션을 적용해 차체 제어와 승차감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하고 “전 차종에 ABS, 배기 브레이크를 기본 적용하는 등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소 가벼웠던 하체는 매우 견고해졌고 승차감도 부드러웠다. 거친 노면을 받아 들이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 과속방지턱과 같은 험로를 지날 때도 능숙한 탄성을 보여줬다. 장시간, 그리고 조건이 열악한 도로를 자주 운행해야 하는 중형버스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뉴 카운티의 승차감과 운전능력은 최적의 조건으로 평가된다.

한편, 시승차는 수동변속기였지만 현대차는 선택사양으로 앨리슨의 6단 자동변속기도 탑재한다고 설명했다.

 

-검증된 차 카운티 ‘현대차 사는 이유는 서비스’

시승을 마친 후 정창교 씨는 “카운티급 차가 또 나온다고 하는데 별로 관심이 없어. 검증이 안됐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 2~3일 일 못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냐”. 정 씨의 우려는 차량 고장이 났을 때 서비스 공장이나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며칠씩 차를 세워놓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자칫 거래처를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점에서 현대차는 설령 고장이 나도 크게 걱정을 안 해. 아 조금만 가면 서비스 하는데 있고 부품도 주문만 하면 바로 갖다 주거든. 이런 자투리 시간에도 웬만한 손은 볼 수 있으니까 그게 제일 좋아”. 또 다른 운전자는 전착도장을 하는 현대차와 달리, 다른 차량들이 스프레이 방식으로 도장을 하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뉴 카운티가 옛 코러스부터 지난 수십 년간 딱히 경쟁모델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감히 경쟁할 상대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품성으로 중형버스 시장을 독점해 온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홀로 시장을 지켜오면서 불필요한 오해도 있었지만 뉴 카운티에 도전장을 던진 경쟁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누가 승자가 될지 흥미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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