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정의선 수부 '위대한 CEO'로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 입력 2020.07.08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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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벤츠의 디젤 내연기관으로 시작한 자동차 산업 역사는 이후 등장한 천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대중화되고 발전해왔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헨리 포드, 엔초 페라리, 프란츠 요세프 포프, 혼다 소이치로, 토요타 키이치로와 같은 이들이 자동차를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그리고 대중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그런 이유로 전설이 됐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적 성과보다는 경영 능력이 중요하게 됐다. 창업주가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시기가 있었고 경영 성과에 따라, 위기에 빠진 기업을 다시 살려내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새로운 전설이 됐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FCA), 리 아이아코카(크라이슬러), 마틴 빈터콘(폭스바겐), 아키오 토요타(토요타)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동차 CEO에 이들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새롭게 지목되는 인물로는 일론 머스크가 있다. 2003년 테슬라 공동 창업주로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자동차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소개되고 있다. 130년 내연기관으로 이어져 왔던 자동차의 역사가 그로부터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을 빼고 자동차 역사의 전설적 CEO로 지목되는 인물 대부분은 경영적 성과로 이름을 올려놨지만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를 구상하고 생산을 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혁신을 일궈내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현대차 그룹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관심을 받는 것도 미래를 바라보며 과감한 혁신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 경영 승계, 재벌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부정적인 나라지만 현대차 그룹보다 빠르게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고 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곳은 드물다. 수소 시대,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트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분야에서 현대차 그룹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 수석 부회장의 집념에서 시작됐다.

정 수석 부회장은 기아차 디자인 경영,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현대차 그룹의 이미지를 빠르게 변화시켜왔다. 그의 다음 목표는 온갖 모빌리티 산업을 아우르는 미래다. 전기차, 수소전기차와 같은 자동차는 물론 개인 비행체, 도심 항공 모빌리티, 모빌리티 거점 등 미래 모빌리티 솔류션을 망라해 비전에 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도전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의 실체는 최근 몇 년 사이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에 전시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축소 모형은 하늘길을 여는 비행체와 자율주행차로 원하는 모든 곳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생태계를 위한 밑그림이 전시돼 있다.

주목할 것은 현대차 그룹과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행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와 관련한 수많은 벤처 기업에 투자와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 SK, LG의 수장을 만나 협력을 논의한 것도 다르지 않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향방과 승부가 전기차 또는 수소 전기차를 갈릴 것이 분명한 가운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한 기업들이 손을 맞잡은 자체로 경쟁업체는 긴장하고 있다.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 수소전기차 투싼 FECV, 전용 모델 넥쏘에 이어 역시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 대형 트럭을 양산하고 수출까지 한 것도 그의 경영 성과로 볼 수 있다.

회사 내에서 '수부'로 불리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0년을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내놓고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위해 100조를 투자하겠다고도 말했다. 이런 구상이 실현돼 '정의선'이라는 이름이 또는 현대차라는 우리 기업이 위대한 자동차 기업과 CEO로 불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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