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국내 판매 기록 쏟아내고 급증했는데도 웃지 못하는 이유

  • 입력 2020.07.03 08:24
  • 수정 2020.07.03 08:5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지난 1월 이후 자동차는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충격을 최소화했다. 상반기 실적을 보면 내수와 수출을 합친 자동차 총판매량은 303만37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줄었다. 그런데도 주요 국가와 업체의 성적과 비교하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상반기 통계가 모두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시장과 기업 실적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30%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포에 가까운 전염병 확산에도 자동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례적으로 증가한 내수 덕분이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는 총 80만89대(수입차 제외)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 75만5037대보다 6.0%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0.1%, 기아차 14.6%, 한국지엠 15.4%, 르노삼성차 51.3% 그리고 연초부터 고전하고 있는 쌍용차만 유일하게 27.0% 줄었다. 해외 주요 시장의 내수 시장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경이적인 기록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반기 판매는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과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전망이다. 인도와 브라질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업계는 자동차 판매 급증의 원인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코로나 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의 하나로 모든 승용차 구매 시 개별소비세를 70% 인하해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고 100만원 한도였지만 업체들은 추가할인과 파격 금리, 무이자 기간 확대 등 '개소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정부가 개소세 감면을 오는 연말까지 연장하고 한도액을 완화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인 개소세 70% 감면 혜택의 일몰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면서 6월 실적이 급증했다. 6월 실적을 보면 기아차는 창사 이래 처음 월간 판매량 6만대(6만005대)를 돌파했고 르노삼성차는 전년 동월 대비 61.5%(1만3668대)라는 경이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지엠 역시 61.5%(9349대)가 증가했고 1분기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쌍용차는 지난달에 이어 1만대(수출 포함)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판매량을 18.6%(9746대)나 끌어 올렸다.

업계는 내수 증가의 원인을 개소세 효과로 보고 있지만 웃지 못하는 속사정이 따로 있다. 역설적으로 힘들어진 수출이 내수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수요가 급감하고 물류가 막히면서 해외 물량을 우선 공급해왔던 이전과 달리 자연스럽게 국내 공급량이 늘어난 것이다. 계약 후 출고가 이뤄지는 기간이 짧아졌고 많게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인기 모델의 출고도 빨라졌다.

그동안 내수 공급 물량이 많지 않았던 기아차 K5, K7, 쏘렌토 같은 인기 차종의 판매가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개소세 일몰과 맞물려 공급이 가능한 물량이 많이 늘어나면서 국내 판매가 늘었고 6월 업체마다 각종 기록을 쏟아 낸 것이다. 업계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차종 가격에 따라 다르고 감면 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시장 볼륨이 큰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우선은 현대차 주력 SUV 싼타페가 신차급 부분변경으로 포문을 열었고 기아차 카니발과 스포티지 그리고 스팅어, 제네시스 GV70, 르노삼성차 SM6와 QM6, 쌍용차 G4렉스턴 등 다양한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이 대거 투입된다. 모두 시장의 관심이 매우 높고 수요도 많은 모델이어서 내수 활성화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내수보다는 수출 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았지만 규모가 큰 시장들은 전염병 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정도가 됐고 경제 활동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수 역시 좋은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150만대 정도의 연간 판매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