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네시스는 결함 덩어리' 유튜브는 무조건 까야 돈

  • 입력 2020.06.25 08:48
  • 수정 2020.06.25 10:0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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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 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장 핫한 '뉴 미디어 유튜브'에는 자동차 채널이 넘쳐나고 있다. 미디어, 국내 완성차와 판매, 수입차 브랜드, 중고차, 정비, 모터스포츠 등과 관련된 종사자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개인 유튜버가 경쟁적으로 자동차를 살펴보고 관련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채널의 수가 많아지고 다루는 내용이 다양해지면서 웬만한 자동차 관련 정보나 신차가 나왔을 때 시장 반응, 혹은 문제는 없는지 등의 정보를 가장 먼저 살펴보는 곳도 유튜브가 됐다. 어제(24일) 렌더링이 공개된 기아차 신형 카니발 관련 영상도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수십 개의 리뷰가 업로드됐다.

빠를 뿐 아니라 영상에 달리는 댓글을 살피면 신형 카니발에 대한 시장, 소비자 반응을 따로 살펴보지 않아도 대충 감이 잡힐 정도다. 기아차가 공개한 렌더링을 의미 없게 만드는 실차 주행 영상도 이미 공개돼 있다. 이런 채널 중에는 구독자가 수 십만 명에 달하는 곳도 꽤 있다. 자동차를 파는 쪽이나 사는 쪽 영향력이 엄청난 것은 물론이다.

좋게 보면 빠르게 자동차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허물없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구독자와 조회 수'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의 부작용이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조건 까고 보거나 자극적 또는 이슈가 될만한 것과 연결하는 '어그로(aggro)'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제네시스 화재 사건이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자동차 화재 건수는 평균 5000건에 달한다. 매일 1.3대의 자동차에서 불이 나고 그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가격, 인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가능한 한 완벽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실망이나 호기심 거리가 되면서 자동차 화재는 그 자체로 늘 주목을 받는다.

제네시스 G80과 EQ900의 화재가 주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좋은 차, 비싼 차에서 불이 난다는 것,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소식은 미디어보다 빠르게 페이스북, 트위터 또는 유튜브와 같은 사회관계망 채널이 먼저 전한다. 그리고 심층적으로 다룬다. 섬네일과 제목은 옮겨적기 곤란한 자극적인 문구로 만들어진다. 클릭을 유도해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서다.

G80과 EQ900 화재 관련 영상의 섬네일과 제목을 보면 '제네시스는 절대 사서는 안 될 후진 차'가 된다. 충격적이고 최악의 결함으로 범벅된 브랜드고 차다. 누가 봐도 두려운 결함을 갖고 있다. 내용 역시 그런 쪽으로 몰고 간다. 그러면서 불난 사실을 전하지 않는 언론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현대차가 광고로 입을 막았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그 사이 조회수는 오르고 구독자는 늘어난다. 유튜버의 수익도.

G80 화재는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이 차체 하부에 끌려가면서 발생한 열 때문에, EQ900은 졸음운전에 따른 도로 시설물 충격에서 발생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EQ900 화재건이 뉴스로 다뤄지지 않은 것도 차량 결함이 아닌 충돌 사고 때문인 것으로 대부분의 미디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재 발생 원인이 명확해졌는데도 유튜브만 보면 두 화재는 차량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고 현대차 로비에 넘어간 언론이 그걸 알고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게 하고 있다. 결국 이 영상은 없는 사실을 꾸며 만든 '주작'으로 또 다른 네티즌의 공격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채널은 비슷한 내용을 퍼 담아 나른다. 심지어 몇몇 언론은 '유튜브 **에 따르면'으로 이걸 인용해 기사를 만들어 내는 황당한 일도 있다. 화재의 원인이 차량 결함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사실처럼 퍼져 그런 것처럼 호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 그룹 계열이 유난스럽게 많은 공격을 받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도 다르지 않다.

쉐보레 관계자는 "우호적, 긍정적 영상만 기대하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비판이나 지적은 우리도 면밀하게 모니터하고 제품 개선, 마케팅에 참고할 정도로 유용하다. 문제는 악의적인 의도나 조회 수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전혀 사실과 다른, 전혀 근거도 없는 주장이 너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과 다른 영상일수록 사람들이 더 관심을 두고 조회 수가 많은 것도 속이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진짜 문제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확인이 됐는데도 영상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접촉을 하면 '현대차가 고개를 숙였다'라는 식으로 또 다른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지금은 사실이든 아니든, 주작이든 뭐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라고 말했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의 영역과 통제가 사라졌고 '조회 수'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된 지는 오래다. 그러나 조직을 갖춘 언론,  개인의 소셜 미디어 모두 사실에 근거한 뉴스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바로 잡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기업이라고 사실과 다른 일에 속수무책,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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