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트랜드 #1, 더 싸고 멀리가는 전기차에 밀려나는 내연기관차

  • 입력 2020.06.22 10: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는 100년 이상 된 내연기관의 기본 틀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 기술 발전 속도는 엄청나다. 화석 연료를 사용해 엔진을 가동하고 4개의 바퀴를 돌리는 방식은 변화가 없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편리해졌으며 안전해졌다. 1886년 칼 벤츠가 세상에 처음 내놓은 '페이턴트 모터바겐'의 최고 속력은 마라톤 선수보다 느린 시속 16km였다.

보통은 시속 200km의 속력을 낼 수 있고 그 이상을 가뿐하게 넘기는 수퍼카가 즐비한 세상에서 보면 자동차라고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렇지만 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으로 시작한 자동차는 대중화와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경운기처럼 플라이휠 또는 크랭크 핸들을 돌려 걸었던 시동이 버튼 하나로 이뤄지고 가스등을 사용했던 전조등은 스스로 빛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자동차는 이제 새로운 전환점에 와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에너지로 하고 인간과 자동차가 교감하는 커넥티비티, 심지어 완전 자율 주행의 시대가 오고 있다. 빈번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첨단 장치도 진화해 '안전벨트'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지금은 물론 미래 자동차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트랜드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1. 전기차

전기차의 역사는 내연기관 못지않다. 1834년 스코틀랜드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의 전기차를 만들었다. 1899년 벨기에 카뮈 제나티는 탄환 모양의 전기차로 시속 100km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동을 걸기 편하다는 장점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버튼식 셀프 스타터가 등장하고 내연기관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1920년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기차의 부활은 화석 연료가 고갈되고 있다는 경고와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부터다.

1996년에서 2003년까지 생산됐던 GM의 전기차 EV1이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이후 2009년 등장한 미쓰비시의 아이미브(i-MiEV)를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양산형 모델로 보고 있다. 당시 아이미브의 최고  시속은 130km/h,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160km의 성능을 갖췄다. 그리고 10년 남짓한 시간 전기차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최고 속도는 인위적으로 제한을 해야 할 정도로 빨라졌고 순간 가속력은 웬만한 고성능 레이싱 머신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가 됐다.

100% 순수 전기로 움직이는 BEV(Battery Electric Vehicle)는 수많은 부품으로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는 내연기관에 비해 배터리와 인버터, 모터로 구성된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충전된 배터리가 공급하는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고 주행 중 회생 제동 에너지로 충전을 하므로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에도 초기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불편으로 외면을 받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최근 모델S로 1회 충전 642km를 달리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차 주행 거리는 300km 이상이 보통이고 400km, 500km 주행이 가능한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경쟁의 핵심은 배터리다. 밀도를 높여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더 멀리 갈 수 있는 기술,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전지 '전고체 배터리'로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기술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2025년에는 지금 일반화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무게가 가볍고 폭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충전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수명까지 긴 긴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가 이뤄지면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수소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로 달리는 '수소 전기차'가 가세하면 내연기관 시대의 종식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성능의 비약적 발전은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HS 마킷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자동차 수요의 0.23%에 불과했던 전기차 비중이 2018년 2.03%로 증가했다. 2019년 200만대로 성장한 전기차 수요는 오는 2025년 1000만대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IEA는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이 2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완만하게 가격이 내려가고 있고 총보유비용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오는 2025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가 사라지게 되면 본격적인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의 성장이 그래서 무섭다. BNEF(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따라서 그 영향력이 막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LG 화학, 삼성 SDI, SK 이노베이션이 주도하고 있는 국산 전기차 배터리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파나소닉과 CATL, BYD 등이 강력한 견제에 나서고 있고 각국 정부도 지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회의론도 있다. 최근 메리 바라 GM CEO는 가장 공격적으로 전동화를 추진하면서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데 "20년도 빠르다"라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내연기관차의 효율성도 전기차 못지않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진 기술과 열효율 전달 기술이 발전해 연비 성능을 높이면서 전기차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적 선택'으로 전기차 확대 정책이 지속하는 한 내연기관차의 종식은 시간의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원가 비중이 20%대로 떨어지고 전고체 이차전지의 개발이 완료되면 내연기관의 퇴출이 가속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