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쌍용차, 친환경차 전환 시점에 마힌드라의 변심 '시계제로'

  • 입력 2020.06.15 14:09
  • 수정 2020.06.15 14:13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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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쌍용자동차의 지분 약 75%를 소유하며 대주주로 자리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지난 4월, 약속했던 2300억원 상당의 신규 투자 철회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지배권 포기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쌍용차 미래 전망이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 투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회사와 함께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하며 지배권 포기를 시사했다.

또 내년 4월 2일부터 코엔카 사장의 자리를 이어 받을 아니쉬 샤 마힌드라 부사장은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면 우리 지분을 자동으로 인수하거나 매입할 수 있다"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자본 지출의 우선 순위를 정하기 위해 더 많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향후 12개월 간 모든 손실 유발 사업을 재검토할 계획이다"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한 샤 부사장은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은 새로운 파트너십을 찾거나 해당 비즈니스를 폐쇄할 수 있지만 18%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과 전략적으로 중요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쌍용차는 올 1분기 코로나19에 따른 생산차질 영향으로 인한 986억원의 영업손실 외에도 유형자산 손상차손 768억원이 반영되면서 193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의 이 같은 의사 표명은 지난 1월 고엔카 사장이 한국을 찾아 정부 및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만나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2300억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힐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반응이다.

당시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에 대한 투자 의지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직접 투자 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긍정적 상황을 예고했다. 물론 이 당시부터 마힌드라 측은 쌍용차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와 금융 당국의 지원 요청 또한 내비쳤다. 

이후 지난 4월, 마힌드라는 이사회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쌍용차 정상화에 필요한 5000억원 증자 요구를 최종적으로 거절한다고 밝히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후 급변한 상황을 전달했다. 여기에 마힌드라 이사회는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찾는 동안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향후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특별 일회성 자금 투입을 승인한다고 밝히며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에 일회성 자금 투여를 끝으로 '손절매' 의사를 드러냈다.

쌍용차 입장에선 이 같은 대주주의 변심이 원망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올 연말 공개를 앞둔 신형 순수전기차와 중형 SUV 신차 개발이 대부분 완료된 상황에서 돌연 신규 투자를 중단할 경우 향후 선보일 신차들에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선보일 신차 로드맵까지 완성된 상황이라 더욱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쌍용차는 현재 1회 완전충전시 최대 40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중형 SUV 순수전기차와 코란도, G4 렉스턴 사이에 투입할 신차 개발의 막바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향후에는 전 라인업에 친환경차 파워트레인 추가 등 미래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력을 계획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최근 행보는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자구책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쌍용차는 최근 임금 삭감과 복지 중단을 비롯해 물류센터, 서비스센터 등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자금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있는데 마힌드라는 일회성 자금 투입 외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주주의 이 같은 '발빼기'식 경영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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