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계열 '나오는 신차마다 대박 그리고 터지는 품질 불량'

  • 입력 2020.06.15 13:33
  • 수정 2020.06.15 13: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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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영을 중요시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999년 처음 취임한 이후 가장 강조한 것은 '품질'이었다. 조립을 마친 자동차의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해외 시장에서 '싸구려 차' 취급을 받는 현대차를 목격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된 차'에 그룹의 미래를 걸었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 2004년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제이디파워(J.D.Power) 미국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일반 브랜드 부문 4위에 오른 현대차를 두고 '있을 수 없는 일,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제목을 달았다. 정몽구 회장이 일관되게 밀어붙인 '품질 경영'의 성과였다.

이후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미국과 유럽, 중국의 각종 신차 평가와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등장하고 고성능 N 라인, WRC와 TCR과 같이 가혹하기로 유명한 각종 모터 스포츠에서 주목할 성적을 거두면서 싸구려 차라는 인식도 바꿔버렸다.

현대차 그룹 성장의 발판이 됐던 품질이 삐걱 거리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이 예외 없이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곧바로 품질에 이상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다는 얘기와 다르게 드러나는 품질 문제는 한결 같이 한 때 연간 800만대의 거대 자동차 제조사라고는 믿기지 않는 상식 밖의 것들이다.

기아차는 저공해 차 인증을 받은 것으로 보고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가격 범위를 발표했다가 망신을 샀다. 엔진 소음과 단차 심지어 도장이 벗겨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고 구매자가 인수를 거부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했다. 최근에는 전기장치의 결함으로 리콜까지 하고 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신형 아반떼도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기되는 불만도 트렁크 누수, 너트 조립 물량, 단차나 도색 불량과 같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에서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품질 문제는 더 심각하다. GV80 디젤 모델에서 심각한 떨림 현상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출고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패널 도장 손상, 소프트웨어 오류, 배터리 방전 문제도 발생해 리콜과 무상 수리가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 소비자는 마루타'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현대차 그룹이 신차 국내에서 신차를 먼저 출시해 품질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외로 공급하는 신차 테스트 베드가 됐다는 불만에서 나온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내수 선 출시, 후 수출 구조'가 아니라면 굵직한 해외 기관에서 현대차 그룹의 신차 품질이 상위권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차를 서둘러 구매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오래된 정설이다. 정몽구 회장이 일구고 기반을 다진 품질 경영의 토양은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해외 유력 인적 자원을 싹쓸이하듯 영입해 디자인 경영을 하고 제네시스와 N 라인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이는 품질이 무너지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가치가 일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차 그룹 규모의 제조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결함이나 품질 불만이 안방에서 계속 터져 나와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주요 수출 지역 판매가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내수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의 불만을 누적시켜서도 안 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판매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77%에서 82%로 증가했다. 어려울 때 국산 차를 팔아줘야 한다는 심리도 작용했다. 그런데도 안방 고객들이 자신을 마루타로 생각하게 만드는 초기 품질 불량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현대차가 말하는 것처럼 '운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소한 품질 문제'가 아니다. 안방이 무너지면, 품질이 무너지면 이 위기 상황에서 현대차 전체가 주저앉는 것도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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