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시승 #2]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흔들리지 않는 침대'

  • 입력 2020.06.15 09:44
  • 수정 2020.06.15 10:0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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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동차 힘 내라고 좋은 점을 골라 소개하는 오토헤럴드 '편파 시승' 두 번째 모델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다. 요즘 흔한 소형 SUV와 다르게 정통 오프로더에 가장 충실한 외관과 성능을 갖춘 모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트레일블레이저는 어떤 노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편의 및 안전 사양도 완벽했다. 무엇보다 거친 노면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주행 능력은 '역시 쉐보레'라는 믿음을 더 견고하게 다져줬다.

기본기, 본질을 얘기하는 자동차는 많지만 흔치는 않다. 쉐보레 라인업은 다르다. 하체가 가진 견고한 특성, 파워트레인과 트랜스미션이 기본적으로 튼튼하고 성능이 뛰어나다. 냉정하게 봐도 그렇고 트레일블레이저 편파 시승을 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내내 들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처음 만난 때는 지난해, 어쩌면 지금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모터쇼 '2019 LA오토쇼'였다.

한국지엠이 개발을 주도하고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수출까지 하는 모델이 미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었다. 그때 지엠(GM) 임원들은 트레일블레이저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메인 무대에 오른 '액티브'와 'RS'에 쏠렸던 미디어의 관심도 매우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보다 요즘 등장하는 소형 SUV가 도시적, 모던함을 강조하는 동글동글한 외관을 가진 것과 다르게 대담한 전면부와 간결한 표면 처리로 정통 오프로더에 더 가까운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시승차는 1341cc E 터보 가솔린 엔진에 스위처블 AWD를 포함해 파노라마 선루프를 비롯한 모든 패키지가 적용돼 총 가격이 3270만원이나 하는 액티브 트림이다. RS와는 프런트 그릴, 범퍼와 안개등의 베젤, 측면 플라스틱 가드의 형태와 후면 스키드 플레이트 같은 곳에서 확실한 차이를 갖고 있다. 가장 분명한 차이는 다크 티타늄 그릴이다. 아웃도어, 오프로드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면과 후면에 다크 크롬 몰딩과 가니쉬로 포인트를 줬다.

여기에 강렬한 패턴을 갖고 있는 17인치 스포츠 터레인 전용 타이어와 알로이 휠, 후면부의 액티브 전용 스키트 플레이트로 범퍼 아래쪽을 마감해 액티브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외관에서 돋보인 또 하나의 특징은 플로팅 루프다. 미드나잇블루의 차체에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퓨어 화이트 루프 그리고 C 필러의 도드라진 마무리로 공격적인 외관을 갖췄다.

남성적 특성이 있는 외관의 질감은 실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실내를 감싸는 선 하나하나가 일관성을 갖고 대시보드를 향해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테일게이트를 열고 2열 시트를 눕혀놓고 앞쪽을 바라보면 문 안쪽의 라인과 콘솔 부의 라인이 대시보드 한 곳으로 모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은 외관에서 역동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데 트레일블레이저는 실내에서도 그런 느낌이 든다.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다. 

RS와 다르게 실내는 대시보드의 투톤으로 깔끔하게 끝을 냈다. 도어 안쪽, 시트 버킷에 사용된 직물의 촉감도 나쁘지 않았다. 공간도 뛰어나다. 2열의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기본 460ℓ의 트렁크 공간(2열을 접으면 최대 1470ℓ)을 제공한다. 1열을 최대한 앞으로 빼면 트렁크 입구까지 1785mm, 성인 남성이 다리를 쭉 뻗고 누워도 될 정도의 공간이 나온다. 차박에 딱 맞는 크기다. 수납공간은 도어 포켓, 글로브 박스 상단, 콘솔박스, 1열 시트 아래쪽에도 마련돼 있다. 

컨비니언스 시스템도 풍부하게 갖춰놨다. 8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다양한 커넥티비티 사양을 사용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무선으로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전화, 문자, 음악, 팟캐스트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무선으로 연결해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터치스크린의 터치감도 무난했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 컴바이너 헤드업 디스플레이, 외부 유해 물질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제거해주는 차세대 이오나이저, 파노라마 선루프도 적용됐다. 전화걸기, 목적지 찾기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성인식 시스템도 제공된다.

안전도 믿을 만하다. 6개의 에어백에 기가 스틸을 포함한 초고장력, 고장력 강판을 78%나 적용했다. 수치만으로도 듬직한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고, 차선 유지, 전방충돌 경고, 전방 거리 감지, 저속 긴급 제동, 보행자 감지하고 제동까지 하는 첨단 운전 보조사양도 적용됐다. 물론 이런 사양을 빈틈없이 채우려면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시승차에 적용된 추가 사양의 가격은 700만원이 넘었다.(기본 가격 2570만원)

트레일블레이저 1341cc E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kgf.m 성능을 발휘한다. 동급과 비교해 나쁘지 않지만 자동차의 성능은 수치 이상으로 어떤 메커니즘으로 완성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보디의 특성, 중량, 열효율 심지어 외관의 디자인 특성에 따라 같은 배기량, 출력과 토크에서도 전혀 다른 성능이 나온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보디 스트럭쳐가 다른 어떤 모델보다 견고하고 중량이 좋다. 따라서 경쾌한 감성이 돋보인다.

외관의 형태가 갖는 특성 때문에 균형에 빈틈이 보이면 전후좌우가 크게 흔들리는 SUV의 단점도 트레일블레이저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침대처럼 견고했고 꿰맞춤이 좋았다. 스위처블 AWD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고정 배분 방식의 상시 사륜 시스템과 다르게 주행 중에서 사륜과 전륜의 전환이 자유로워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오토앤스탑(ISG)도 제공돼 당연히 연료 낭비가 덜하다. 거친 시승에도 11~12km/ℓ대를 유지한 트레일블레이저의 복합 연비는 11.6km/ℓ(AWD)다.

스포츠 모드 변별력도 분명했다. 스티어링 휠 담력과 9단 자동변속기의 패턴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운전이 경쾌했다. 응답이 빠르고 차체가 견고해서 비포장길, 굽은 길을 마음 놓고 달려도 됐다. 조용하기까지 하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에 차음형 윈드 실드까지 적용돼서 평균 이상으로 실내 정숙성이 뛰어나다. 차체의 거동은 동급 최초로 Z 링크 서스펜션으로 제어한다. 토션빔을 기반으로 해서 좌우를 연결하는 횡 방향의 링크를 추가해 차체의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거친 노면과 굽은 길에서 통통 튀거나 회전 방향으로 차체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Z 링크 서스펜션 덕분이었다.

<총평>

소형 SUV '춘추전국시대'다. 완성차 메이커마다 주력을 하는 분야기도 하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많이 팔려야 하지만 이 치열한 경쟁에서 트레일블레이저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6500대 정도를 파는 데 그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공장 가동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물량 공급에 치중한 탓이 크다. 계약을 하고도 아직 트레일블레이저를 인도받지 못한 대기자가 5000여명에 근접해 있다.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팔 차가 없어서였다. 경쟁차 르노삼성 XM3에 쉐보레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장담하는데 공급난이 해소되고 트레일블레이저를 타보거나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 현재 상황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취향의 차이가 있지만  디자인, 넉넉한 편의 및 안전 사양, 무엇보다 자동차 본질이나 기본기에 가장 충실하다는 점에서 그런 예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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