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부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강하게

  • 입력 2020.06.10 11:28
  • 수정 2020.06.10 16:33
  • 기자명 정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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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압 커넥터, 쿨링 파이프, 모듈 세퍼레이터, 엔드 플레이트, 타이 로드, 스페이서, 부시바 홀더. 다소 생소한 이 이름들은 전기차용 고전압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미래형 이동수단으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시험 단계를 이미 넘어 시장 형성 단계로 들어선 상황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추가적인 기술 개발에 대한 과제들은 남아 있다. 

그 중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단연 배터리 관련 기술이다. 배터리 용량을 키워 최대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면서도 무게는 가벼워야 하고, 단선이나 합선, 외부 충격으로 인한 폭발·화재 위험성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플라스틱으로 전기차용 부품을 만든다는 것이 의문스러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에 취약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ngineering plastics)’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례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중 자동차 경량화 소재 대표주자 격인 폴리아미드(PA)는 금속보다 가벼우면서도 금속과 동등한 수준의 높은 강성과 내열성을 발휘하고 마찰 마모성, 인장강도, 내화학성, 난연성이 우수하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사용 환경이 요구하는 각종 물성이 강화된 고성능 플라스틱이다. 앞서 언급한 폴리아미드(PA)부터 전기적 특성 및 내열성이 뛰어난 폴리부틸렌 테레프탈레이트(PBT), 원재료인 플라스틱 매트릭스에 유리섬유를 보강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탄소섬유를 더해 강성을 높인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도 모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속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전기차와 같은 뉴모빌리티 부품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는 가공성이 뛰어나고 금속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계적, 화학적 물성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부품은 높은 강성을 기본으로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난연성, 화학물질로 인한 손상을 억제하는 내화학성, 전기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절연성 등 다양한 물성을 필요로 한다.

전기차 내부에서 흐르는 고전압 전류를 효과적으로 절연하고, 배터리의 전해액이나 냉매와 접촉 시에도 우수한 강성과 강도를 유지하며, 화재 발생 시 화염의 전파를 방지하거나 최대한 늦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점도 제공한다. 폴리아미드는 뛰어난 내열성과 강성으로 높은 하중요건과 화재 안전성을 제공하면서 설계 자유도가 높고 사출성형이 용이해 복잡한 부품을 제작하는 것도 수월하다. 

PBT는 전기절연성, 내트래킹성 등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치수안정성이 높아 고열 환경에서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독일계 특수화학기업 랑세스는 뉴 모빌리티가 요구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공급하고 있는 글로벌 선두 공급사다.

랑세스의 폴리아미드 기반 듀레탄은 배터리 쿨링 파이프나 셀 스페이서에 적용돼 지속되는 발열에도 우수한 내구성을 자랑하며, 배터리 매니지먼트 콘트롤러 제작에 적합한 포칸은 우수한 난연성과 내화학성을 기반으로 극한의 상황에서도 오작동 등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한다. 

테펙스는 배터리 하우징이나 커버 등에 적용되어 뛰어난 충격흡수 능력과 무게 절감 효과를 발휘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뉴 모빌리티의 경량화에도 효과적이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기차는 대개 내연기관차 대비 수백kg가량 무겁다. 차체 바닥에 자리잡은 대용량 배터리 무게 때문인데 이는 주행가능거리를 확장하는 면에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랑세스 테펙스를 소재로 제작된 아우디 A8 뒷좌석 프레임 

이를 상쇄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복합소재를 사용하면 부품에 따라 최대 50% 이상까지 무게를 절감할 수 있다. 랑세스 테펙스로 만든 시트 프레임은 동등한 수준의 강성을 가진 금속 부품에 비해 45%나 가볍다. 프론트 엔드 서포트에 적용할 경우 무게는 금속 부품 대비 30% 가벼우면서 충돌 성능, 비틀림 강성이 우수한 부품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에는 테펙스가 세계 유명 전기 스포츠카 부품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독일 자동차 부품사 ‘보게 엘라스트메탈(BOGE Elastmetall GmbH)‘과 함께 개발한 브레이크 페달은 전기 스포츠카 최초로 부품 전체를 오직 플라스틱 만으로 제작한 사례로, 높은 강성과 가벼운 무게를 동시에 만족시켰다.

이외에도 랑세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에어백 하우징, 앞 범퍼 안쪽 프론트 엔드 등 핵심 안전 부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금속 소재 대비 비용 상승이 거의 없거나 적기 때문에 차량 경량화와 안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소재로 자리잡고 있으며, 미래 잠재력과 활용도 무궁무진하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앞으로 전기차 등 미래형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전기 충전시설 같은 인프라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는 2040년 전세계 예상 수요가 2억 9000만개에 달할 정도로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전기차 충전 케이블 및 플러그는 극심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높은 안전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랑세스의 듀레탄과 포칸은 내열 거동, 치수안정성, 뒤틀림, 강성 및 하중 지지용량 등 뛰어난 물성 덕분에 충전 인프라 부품 제조사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유명 자동차 제조사들과 협력사,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며 뉴 모빌리티의 완성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을 향한 프로젝트들 덕에 이동수단과 인프라를 완성하는 소재의 다양성 역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자동차의 금속 부품 등을 대체하는 속도 또한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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