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대면 홍보와 마케팅의 시대 '기발한 발상의 경쟁'

  • 입력 2020.06.03 11:05
  • 수정 2020.06.03 15: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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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 없는 택배가 왔다. 아우디 앰블럼이 있는 테이프로 포장된 스티로폼 박스다. 안에는 꼼꼼하게 구색을 맞춘 주전부리가 가득했다. 3일 오후, 마이크로 사이트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개할 신형 A4·A5의 디지털 출시를 꼭 봐달라며 아우디 코리아가 보낸 정성이다.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사라졌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신차의 등장을 미디어를 통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는 자동차 업체는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발을 동동 구른다. 사람을 모아 론칭, 시승, 홍보, 마케팅을 전개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요즘 자동차 홍보에 딱 말아 떨어지고 있다. 아우디 코리아와 같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신차를 공개하는 일은 이제 흔해졌다. 기아차 신형 쏘렌토, 현대차 신형 아반떼도 그렇게 데뷔했고 글로벌 메이커의 신차 공개, 경영 전략 발표도 '유튜브' 라이브로 이뤄지고 있다.

과감하게 비대면 원칙을 깨버린 곳도 있었다. 제네시스 G80, 르노삼성차 XM3와 르노 캡처, 메르세데스 벤츠 EQS, 현대차 벨로스터 N과 아반떼 등등이 기자를 초청해 제품 설명을 하거나 시승을 강행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승 대부분이 소그룹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N 시승을 하면서 자동차 안에 탑승을 한 채 제품 설명을 듣게 했고 대부분의 행사도 20~30명 내외로 그룹과 시간대를 나누고 자동차 1대당 1인 탑승으로 진행됐다. 어색했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쪽이나 참가한 쪽이나 안심은 된다.

렉서스는 멋(?)대로 시승을 했다. RX, UX, NX 미디어 시승 행사를 하는데 시승 코스를 정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시승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돌아오면 된다고 했다. 가능한 통제를 해서 안전 사고에 대비하고 시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코스를 정했던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자유 시승이다.

BMW는 5시리즈와 6시리즈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하면서 '자동차 극장'처럼 기발한 방법을 썼다. 수 십 대의 자동차에 기자가 나눠 탑승하고 정해진 주파수를 통해 신차를 소개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5시리즈와 6시리즈는 자동차를 몰고 가면서 살펴보는 드라이브 스루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은 없었다.

그래도 걱정은 여전해 보인다. 최근 오프라인으로 신차 출시 행사를 했던 수입차 업계 홍보 관계자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엄격하게 방역을 하고 시간대를 쪼개 그룹별로 행사를 치르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확진자'와 연결된 구설수가 나오면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때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소그룹, 비대면 행사가 일반화되면서 더 기발한 방식으로 시선을 끌려는 경쟁도 앞으로는 벌어질 전망이다. 대규모 인원을 초청하는 현장 행사가 사라지면서 "비용을 아낄 수 있겠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차를 못 팔면 아낄 돈도 없다"라며 "비대면의 한계는 있겠지만 더 기발한 방법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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