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만 알고 아무도 모르는 BMW 코리아 '월드 프리미어'

  • 입력 2020.05.28 13:03
  • 수정 2020.05.28 13:0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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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와 6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이 27일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2018년 서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적이 있지만 BMW 코리아는 파생 모델이었다는 점을 들어 진정한 의미에서 수입차 최초의 '월드 프리미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19로 신차 출시 행사 대부분이 소그룹 또는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BMW 코리아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으로 행사 규모를 줄이지 않고 강행했다. 기자들은 자동차 안에서 제품 설명을 듣고 직접 차를 몰며 5시리즈와 6시리즈의 부분 변경 모델을 살펴봤다.

BMW 코리아는 수입차 역사상 최초의 월드 프리미어 그리고 드라이브 스루라는 색다른 비대면 방식으로 신차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한 관계자는 "아마 독일 본사는 물론이고 어떤 자동차 회사도 이런 방식으로 신차를 공개하는 건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MW 코리아의 생각은 독일 BMW 본사와 글로벌 시장 분위기와 온도 차가 컸다. 비슷한 시간 독일에서 시작된 5시리즈와 6시리즈의 스트리밍 영상에서는 이 차가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됐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BMW가 배포한 신차 공개 관련 보도자료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해외 매체는 어땠을까. 국내 매체를 제외하면 독일은 물론 어느 곳도 BMW가 배포한 자료에 맞춰 5시리즈와 6시리즈 부분 변경을 소개했지만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는 사실은 다루지 않았다. BMW 보도자료, 영상 어디에서도 'KOREA'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BMW 신차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지만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됐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볼 수 있지만 기분이 묘해진다. BMW 코리아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에서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렸고 그래서 BMW가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이 때문에 매우 이례적으로 5시리즈, 6시리즈 월드 프리미어를 한국에서 가질 수 있었다는 식으로 홍보했다. BMW를 갖고 있었다면 우쭐했거나 대접 받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5시리즈의 판매가 한국에서 가장 많았던 것은 북미와 유럽의 경제 활동이 사실상 멈췄고 중국 자동차 판매가 급락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정상에 가까운 경제활동과 소비가 이뤄진 덕분이다. 이 기간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5시리즈 판매가 자연스럽게 늘어났을 뿐이다.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판매 순위로 보면 상위권에 있지만 격차가 컸다.

이걸 부풀려 한국 시장과 소비자를 추켜세우고 주력 모델의 월드 프리미어라고 의미를 두면서도 정작 BMW 본사는 한국에서 열린 이 거창한 행사를 단 한 줄도 인용하지 않았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부분변경 모델이어서 요란을 떨 필요가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나 어리숙한 상대를 대단한 것처럼 부풀려 들뜨게 했고 거기에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BMW 코리아는 비대면 방식의 드라이브 스루라고 했지만 그런 조치가 무색하게 본 행사가 끝난 후 좁은 공간에서 기자들은 뒤섞여 신차의 영상과 사진을 찍고 살펴봤다. 한국에서 준비한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독일 본사는 쳐다고 안 보고 어디보다 혼잡스럽게 마구 뒤섞여 취재하도록 놔 둘 거였으며 그렇게 요란을 떨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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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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