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콘서트' 깜빡이 켜대고 하이빔 눈뽕을 날려도 웃고 환호

  • 입력 2020.05.24 12:04
  • 수정 2020.05.24 18:2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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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공연을 한 번도 못 했어요. 저희 배우 모두 오늘이 첫 공연입니다. 오늘 밤 너무 특별하고 행복해요". 방향지시등이 켜지고  울리더니 하이빔 눈뽕이 날리기 시작했다. 23일 일산 킨텍스 야외전시장 특설 무대 현대 모터스튜디오 '스테이지 X(Stage X) 두 번째 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배우 최정원과 오소연 그리고 이종혁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모든 공연이 사라졌는데 관객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길게는 4개월 만에 공연을 갖는 배우만 감격스러웠던 것은 아니었다. 극장을 가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적인 뮤지컬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잡은 관객도 다르지 않았다. 배우가 등장하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화려한 군무와 탭댄스, 노래가 나올 때마다 열광했다. 자동차 안에서 즐기는 '드라이브인 콘서트'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자동차의 경적으로 환호하고 깜빡이로 손뼉을 쳤고 스마트폰 후레쉬로 율동을 하고 하트를 날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Stage X'는 코로나 19로 무산될 위기에 있었지만 자동차 극장 형식의 비대면 방식인 '드라이브인 콘서트'로 강행됐다. 각자의 자동차에 앉아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무대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비대면 상황에서 현장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해 관람객은 공연장 이상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현장감 있게 공연을 즐겼다. 가족, 연인은 물론 부모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경우도 많았다.

스테이지 X 첫날(22일)은 김태우, 에일리, 백아연, 새소년, 조문근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가 출연하는 K-pop, 그리고 23일에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갈라쇼가 열렸고 3일 차인 24일에는 지휘자 금난새,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회로 열린다. 일별 300대, 총 900대가 스테이지 X를 찾을 것이라고 현대 모터스튜디오 관계자는 말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드라이브인 콘서트 스테이지 X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첫날 공연에 외신 기자가 대거 취재했다"라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로 코로나 19를 방어하고 이 상황에서 총선을 치르고 프로 스포츠가 개막한 대한민국의 기적이 드라이브인 콘서트까지 이어지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셈이다.

스테이지 X는 코로나 19 이후 "나름 슈퍼스타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라는 조문근 밴드와 같은 문화계 종사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날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관람객에게 대구와 고양 시장에서 구매한 먹거리로 꾸민 작은 선물을 줬다. 기업 행사라면 자사의 제품 구매자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의례적이지만 이날 현대 모터 스튜디오 스테이지 X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벤츠, 폭스바겐, 토요타, 쉐보레, 포드와 같은 별별 브랜드의 자동차에 무대의 조명이 지나쳐 갈 때마다 선하고 흥에 오른 얼굴이 가득했다. 공연의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지금 멈춰 있는 것은 더 나아가기 위해, 지금 떨어져 있는 것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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