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주고 산 중고 트럭 캠핑카로 개조했다가 '세금 폭탄'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5.17 09:05
  • 수정 2020.05.17 09:12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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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튜닝산업을 선진형 먹거리로 만들겠다고 했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 50여 년,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이에 걸맞은 자동차 문화나 애프터마켓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 변화 없이 그대로라는 얘기다. 자동차 튜닝산업은 새로운 극한 시도를 통한 신기술 개발과 차량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나만의 차량 소유라는 개성을 강조하는 자동차 문화다. 

선진국은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의 산업으로 성장한 분야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을 중심으로 모터스포츠 산업과 연계하고 활성화하면서 풍부하고 성공적인 산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시대에 걸맞게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적용하여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국내는 지난 10년간 자동차 튜닝산업을 선진형으로 키운다고 선언한 정부의 약속과 달리 규제 일변도의 법적·제도적 기반 위에 부처 간 기득권 다툼과 이해로 후진적이고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토교통부도 기득권 유지를 목적으로 말뿐인 활성화만 외칠 뿐 실질적인 효과는 전혀 없고 메아리만 들리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은 엔진과 변속기만 가지고 뒤뜰에서 수작업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번호판을 붙이고 길거리를 질주한다. 그러나 인증 절차마저 기득권을 가진 기관에서 고비용 구조로 이어가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기대를 걸었던 오토 캠핑, 즉 캠핑카 문화도 걸림돌을 만나면서 갈림길에 섰다.

캠핑카 문화는 3만 달러의 국민소득이 완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불기 시작한 문화다. 국내에서도 일부분 이러한 오토 캠핑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캠핑 관련 부품이나 구조물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해외 진출의 기반도 조성됐다. 일부 기업은 글로벌 최고 브랜드 이상의 캠핑 부품을 개발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캠핑카 튜닝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정부가 등장하면서 관련 산업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캠핑카 개조 시 추가 과세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차를 구매하면 당연히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 다양한 세금이 부과된다. 문제가 된 부분은 구조 변경을 정도 이상으로 한 경우에 신차 때와 같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캠핑카의 기준은 취사 시설, 개수대, 세면시설, 탁자, 화장실 등 5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설치하면 캠핑카로 간주한다. 정부는  개별소비세법 기본통칙에 나와 있는 세금부과 규정에 따라 구조변경 비용이 차량 가격의 50%를 넘으면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가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곧 내놓겠지만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국토교통부의 준비 부족도 문제지만 캠핑카 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에 세금부터 부과할 논리를 찾고 해석하는 국세청의 태도는 심각하다. 자동차 구조변경은 선진국 수준으로 안전, 배기가스, 소음만 확실히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푸는 혁신적인 개혁안이 나와야 하지만 캠핑카 과세 논란이 나오는 것처럼 매번 전근대적인 발상을 하는 정부의 태도는 놀랍기만 하다. 

국토부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신차나 중고차의 캠핑카 개조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국세청 논리대로 한다면 캠핑카 개조 시 과세를 피할 방법은 없게 된다. 중고차의 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캠핑카 개조 비용은 50% 이상이다. 100만 원 짜리 중고차에 순정 범퍼만 교체해도 100만 원이 들 수도 있다. 자동차를 다른 상품과 같이 가격 대비 구조변경 비용에 대한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자동차 구조변경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그래서 재고해야 한다. 누구나 필수품으로 보는 자동차를 사치품으로 간주해 각종 세금을 부과하면서 중고차 가격을 따지고 튜닝 비용을 계산해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당장 멈춰야 한다. 캠핑카 구조변경 비용은 자동차 튜닝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일반적인 부가가치세 말고는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 캠핑카 개조 비용 400만 원이면 100만 원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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