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드러나도 당당한 벤츠, 브랜드 맹신이 오만함을 키웠다

  • 입력 2020.05.06 12:45
  • 수정 2020.05.06 12: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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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포르쉐의 인기 모델에서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벤츠의 경우 무려 12개의 모델에서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2018년 독일에서 이 같은 사실이 처음 확인된 이후 최근까지 실내 인증 시험과 실도로 시험 등 다양한 조건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고 조작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출가스를 조작한 수법은 간단했다. 자동차가 주행을 시작하고 시간이 늘어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장치 가동률을 낮춰 실제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늘어나도록 하는 수법이다. 해당 모델이 사용하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인 SCR(선택적 촉매 환원법)은 요소수나 우레아를 배출가스에 분사해 촉매 반응을 통해 물(H2O)과 질소(N2)로 변환 시켜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를 줄여준다.

벤츠는 인증을 받을 때 요소수가 정상적으로 분사돼 배출가스를 낮추게 하고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분사량을 줄여 주행 성능이나 연비 등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요소수나 우레아의 분사량이 줄어드는 만큼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오염 물질의 배출량은 늘게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적발된 차량에서는 실내 인증기준 0.08g/㎞의 최대 13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적발된 모델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이 팔리는 벤츠 C 클래스의 디젤차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팔린 숫자가 3만7154대나 된다. 유로6 기준에 맞춰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다고 자랑해왔던 모델이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독일 브랜드는 배출가스와 관련한 온갖 불법 행위가 꼬리를 물며 속속 드러났다. 소프트웨어 또는 기계적 장치로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가장 최근에는 디젤 엔진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SCR 촉매로 사용되는 요소수인 AdBlue 탱크의 크기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담합행위가 적발돼 천문학적 벌금이 부과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벤츠는 그런데도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적이 없다. 2018년 배출가스 인증 절차를 위반한 사실로 법원이 직원을 법정 구속하고 과징금을 부과했을 때도 사과 대신 즉각 변명과 항소로 대응했다. 과징금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항소에서 패소하고 난 후에도 벤츠 코리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했지만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고 그런 불법적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다.

환경부의 조사로 배출가스를 불법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이번에도 벤츠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디젤이 무너지면 벤츠도 무너진다'는 예견을 이전부터 해왔다. 디젤차로 시작해 디젤차에 주력해왔던 벤츠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판매가 부진해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64%나 급감했다. 벤츠는 디젤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도 나오지 않으면서 비인기 모델의 단종,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살길을 찾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 19로 더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벤츠는 여전히 거만하다. 독일 본사에서 뿐만이 아니고 국내에서도 조직적으로 배출 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브랜드에 맹신'하는 시장과 소비자의 탓이다. 그래서 잘못을 해도 벤츠는 팔린다는 오만함을 키웠다. 만약 현대차가 같은 입장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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